지난달 기아(000270)는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와 함께 한정판 신발 ‘퀀텀 니로 에디션’을 출시했다. 연비가 뛰어난 신형 니로의 디자인을 운동화에 접목해 에너지 소모가 적은 게 특징이다. 한국타이어는 프로스펙스와 함께 ‘블레이드 HK’, ‘에어스카이 HK’를 개발했다. 이 신발은 접지력이 좋은 타이어 트레드(접촉면)를 밑창에 적용했다.

최근 자동차 업계와 패션 업계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두 업계의 협업 사례는 수년 전부터 있었지만, 형태와 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프로스펙스가 협업해 만든 운동화. /한국타이어 제공

자동차 업계가 다른 분야와 협업을 늘리는 이유 중 하나는 친환경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현대차(005380)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패션 편집숍 분더샵, 레클레어 등과 ‘리스타일 2021′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자동차 소재를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이는 것)하는 것으로, 에어백과 안전벨트 등으로 의류를 만드는 것이다. 폐기물을 패션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은 현대차, 볼보 등 완성차 업체 외에 에어백을 납품하는 효성첨단소재(298050), 내장재를 공급하는 현대트랜시스 등 부품사들도 시도하고 있다.

브랜드 친숙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자동차나 타이어는 사용자가 제한돼 있지만, 의류를 포함한 패션은 필수재여서 고객의 범위가 넓다. 지난달 한국타이어가 신발을 내놓은 이유도 타이어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층에 접지력이 좋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르노삼성 XM3와 현대차 캐스퍼는 사회 초년생을 대상 공략으로 삼고 의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기아가 아이더와 함께 만든 퀀텀 니로 에디션. /기아 제공

고급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협업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말 골프웨어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럭셔리카 브랜드 벤틀리는 패션사업을 전개할 전문 파트너를 구하고 있다. 벤틀리는 일부 골프 클럽과 백을 만들어왔는데 의류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의 슈퍼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은 스위스 시계브랜드 제라드-페리고와 한정판 시계를 제작한 바 있다.

자동차 업계가 만드는 패션 아이템이 항상 높은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캐스퍼 출시와 함께 현대차가 내놓은 한정판 의류는 편집숍에서 여전히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사업은 수익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재고가 남아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패션제품을 만들면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무의식적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각인되는 효과가 커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캐스퍼 스튜디오에서 판매되고 있는 의류. /현대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