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백여개 기업이 ‘플라잉카’ 개발에 매진하는 가운데 슬로바키아 스타트업 클라인비전(Klein Vision)의 에어카(AirCar)가 유럽항공안전청(EASA) 표준에 부합하는 시험주행을 통과하고 세계 최초로 비행 인증을 받았다. 클라인비전은 이미 사전 계약을 받고 있으며 2023년 본격 양산,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클라인비전 에어카가 하늘을 나는 모습./클라인비전

14일 업계에 따르면 클라인비전은 최근 슬로바키아 교통국으로부터 비행 인증(감항성 인증)을 받았다. 해당 인증은 유럽항공안전청(EASA) 규정을 충족하는 것이어서 유럽 연합(EU) 모든 국가에서 비행할 수 있다. 클라인비전은 현재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승인도 신청해둔 상태다. 미국에선 이미 약 4만 건의 예약 주문이 이뤄졌다. 대 당 가격은 50만~100만달러로, 전자 장치 요소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

클라인비전의 에어카는 지상에서는 날개를 접고 자동차처럼 달리다가 하늘을 날고 싶을 때 날개를 펴고 비행할 수 있다. 3분 안에 형태를 바꿀 수 있으며, BMW의 1.6리터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자동차처럼 주유소에서 연료를 넣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이륙을 하려면 활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300m 정도의 도로가 필요하다.

에어카는 2020년 말에 첫 비행을 한 데 이어 작년 6월에 처음으로 도시간 비행을 했다. 슬로바키아 남서부 니트라 공항에서 수도 브라티슬라바 공항까지 75㎞를 35분 간 비행했고, 착륙 후에는 자동차 형태로 브라티슬라바 시내까지 일반 도로도 주행했다. 비행 인증을 위해 220여회 이착륙을 포함한 75시간의 시험 주행도 마쳤다. 유럽항공안전청의 안전성 승인까지 받으면 상용화도 가능해진다.

클라인비전 에어카가 날개를 접고 도로 주행을 하는 모습./클라인비전

현재 보잉, 에어버스, 아우디, 도요타와 더불어 현대자동차, 한화(000880)그룹 등 세계 각국의 기업이 플라잉카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개발되고 있는 플라잉카는 총 300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 관련 법규가 미흡해 업계에서는 플라잉카 상용화가 최소 2030년은 돼야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각국은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미국은 20여년 전부터 미래교통시스템연구기관을 설립하고 플라잉카 개발에 필요한 고속도로 인증을 면제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플라잉카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방항공청(FAA)을 중심으로 기체 안전성을 확인하는 인증 기준을 논의하고 있으며 기술 표준을 수립하는 등 법규 제정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도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통해 2024년까지 비행실증, 2030년부터 본격 상용화를 하겠다는 단계적인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글로벌컨설팅사 KPMG가 발표한 ‘에어택시 준비지수(Air taxi Readiness Index)’에 따르면 선진국 25개국 중 미국과 싱가포르, 네덜란드가 각각 1·2·3위에 올랐고, 한국은 7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소비자 수용성은 높지만 기술력(8위), 정책 및 규제(17위)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