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기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달 말부터 급속 충전기를 오래 이용하는 전기차 사용자들에 대한 제재가 시작된다. 충전이 끝났는데도 차를 빼지 않거나 일반차량이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하는 일이 줄어들면 친환경차 이용자의 편의가 개선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3일부터 한국전력(015760)이 운영하는 급속 충전기는 이용 차량의 충전율이 80%에 달하거나 충전을 시작한 지 1시간이 되면 충전이 자동으로 멈추게 된다. 국내 급속 충전기는 환경부와 한전이 대부분을 운영하고 있는데, 환경부가 운영하는 급속 충전기는 2330기, 한전 충전기는 6153기다. 그간 환경부 급속 충전기는 충전 시작 후 40분 제한이 걸려있었지만 한전 충전기는 시간 제약이 따로 없었다.

미국에 설치되어 있는 시그넷 EV의 초급속 충전기 모습. /조선DB

이달 28일부터는 기초자치단체의 충전 단속반도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친환경차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전기차 충전시설 단속 권한이 광역시·도에서 기초자치단체장으로 바뀌고 단속 범위가 전체 충전시설로 변경된다. 서울시의 경우 25개구가 담당반을 꾸려 전기차 충전 구역에 일반차량이 주차하거나 충전이 끝났는데 계속 주차할 경우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

충전 시설을 훼손하거나 충전구역 구획선 및 표식을 훼손할 경우에는 과태료 20만원을 부과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조항에서 말하는 훼손의 범위는 고의로 인한 완전 훼손이 아니라 이용자의 부주의나 장난 등으로 망가진 경우에 한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뜻”이라며 “만약 고의로 전손되거나 완전히 못쓰게 될 경우 민·형사 상의 책임을 묻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의무시설이 아닌 모든 충전시설에 대해 관리 및 충전방해 행위를 감독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신축건물과 500세대 이상의 공공주택에 대해서만 제재할 수 있었으며 광역자치단체에서 담당하다보니 인력 부족으로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다음달부터는 각 기초자치단체에서 파견된 인원이 주택과 업무시설에 설치된 충전시설을 수시로 관리하고 단속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설치 대상도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서 100세대 이상으로 확대돼 친환경차 이용자들의 충전 편의가 개선될 전망이다.

이런 조치는 국내 친환경차 사용자는 급속히 늘어나는데 충전 인프라에 대한 관리는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는 2019년 9만6000대에서 2020년 14만9000대, 지난해 약 25만대까지 늘어났다. 전기차 충전기는 2016년 1만여기에서 지난해 11월 10만여기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전기차 충전기에 충전중인 아이오닉 5. /연합뉴스

전기차 사용자가 점점 늘고 있으나 충전과 관련한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전기차 관련 민원은 총 959건이며 이 중 92%가 전기차 충전 방해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충전방해의 대표적인 사례는 충전이 끝났는데도 차를 빼지 않거나 일반차량이 친환경차 충전구역에 주차를 하는 행위다. 지난해 11월 전기차 충전정보 플랫폼 소프트베리가 전기차 충전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충전기 이용 시 불편했던 경험으로 ‘다른 전기차 이용자의 충전매너’가 26.1%를, ‘사용가능 확인후 방문했으나 다른 차량이 충전중일 때’가 20.6%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이달 28일부터 시행된다. 민간 충전기 사업자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차(005380)의 충전기 브랜드 이핏(E-pit)은 이용자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충전 완료 후에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용자에게 1분에 1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용자에게 알림 메시지를 보내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