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에서 가솔린차보다 많이 판매됐던 디젤차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디젤차를 추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친환경차 바람이 점점 거세져 ‘탈(脫)디젤’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신차 중 디젤차의 판매량은 43만23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전기·LPG 등 친환경차의 판매량은 39만1499대였다. 여기에 수소 승용차 넥쏘의 판매량(8502대)을 더하면 40만대가 넘어 디젤차 판매량의 93% 수준까지 올라왔다.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점유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디젤차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집계를 시작한 2013년에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32.4%를 차지했다. 이후 2014년 38.6%, 2015년에는 44.7%까지 치솟았으나 작년에는 15.4%로 내려왔다.
디젤차가 감소한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배출가스 규제가 강해지고 친환경 차량에 대한 지원을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디젤차는 다른 연료와 비교해 연비와 힘이 좋지만 오염물질 배출이 많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환경을 생각해 디젤 모델을 줄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기아(000270)가 인기 SUV 쏘렌토의 디젤 모델을 단종했고 제네시스는 G70과 G80의 디젤 모델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 디젤차 수요는 2015년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게이트’ 영향으로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폭스바겐은 오염물질 배출을 줄였다며 ‘클린 디젤’이라는 이름으로 디젤차를 판매했으나 배출가스 양을 조작한 사실이 발각됐다. 한국에서는 인증 취소 및 판매 중지 조치를 받았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불거진 요소수 부족 사태도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했다. 디젤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차량 운행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월별 신차등록 통계를 보면 1월을 제외한 모든 달에서 디젤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대비 큰 폭으로 줄었는데, 요소수 사태가 한창이었던 10월에는 판매량이 전년대비 63.1% 급감해 감소율이 가장 컸다.
업계에서는 승용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종식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디젤차에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를 의무 적용하고 배출 제한 기준을 강화한다. 이달 28일부터는 국내 대기업과 렌터카업체가 신차를 구입하거나 임차할 때 일정비율 이상을 친환경차로 채우도록 하는 ‘친환경차 구매 목표제’가 시행된다. 완성차 업체가 디젤 모델을 줄이면서 디젤 차량의 중고차 가격이 높지 않다는 점도 탈디젤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1~2년 사이 코로나와 요소수 등의 이슈로 디젤 차량을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졌다”며 “다만 중장비와 트럭 등 상용차에서는 디젤을 대체할 수 있는 연료가 아직 없어 승용차를 제외하면 디젤 수요가 굳건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