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수소연료전지차(승용)가 2만대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올해 세계 전기차(배터리·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600만대로 전망되는 것과 비교하면 전기차의 0.3% 수준이다. 수소차는 전기차와 함께 탄소 중립을 실현할 대표적인 미래 친환경차로 꼽히지만, 전기차와 달리 선택지가 제한적인 데다 인프라 구축 속도도 더뎌 미래차 시장의 주류 모델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1만4700대로, 올해 연간 수소차 판매량은 2만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 판매량이 지난해의 약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하지만 점유율로 보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당장 수소차를 구매하고 싶어도 선택지가 많지 않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수소차는 현대차(005380) ‘넥쏘’와 도요타 ‘미라이’, 혼다 ‘클래리티’ 등 3개에 불과하다. 미라이는 지난해 새로운 모델이 출시됐지만, 클래리티는 2016년 이후 상품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판매량이 수백대 수준에 그친다. 또 혼다는 클래리티를 생산하는 수소차 생산 설비를 전기차 전용 설비로 전환하면서 클래리티를 단종할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전기차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400여종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이 출시된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앞으로 더 많은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그나마 현대차와 도요타가 수소차 개발에 적극적이었지만, 두 회사 역시 전기차 개발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전기차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도요타는 최근 친환경차 미래 전략을 발표하면서 배터리 전기차에 투자를 더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수년 내 출시할 배터리 전기차 16종을 공개했는데, 수소차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경우 2035년 이후에는 배터리 전기차로만 판매할 계획이다.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려면 여러 업체가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아야 소비자가 진입하면서 시장이 커지는데,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집중하면서 수소차 시장은 성장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승용차 시장은 전기차 중심으로 성장하고, 수소차는 상용차로 더 많이 보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소차가 가진 장점은 전기차보다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 시간이 짧다는 것인데, 이런 장점은 화물 트럭이나 버스 등 상용차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상용차는 정해진 경로를 이동하기 때문에 촘촘하게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각 국이 ‘수소 경제’를 육성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 연료전지는 상용차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승용차와 상용차 동력이 각각 배터리와 연료전지로 이원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