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최근 출시한 신형 ‘싼타페’(연식변경) 가격은 3156만~4321만원으로, 1년 전 모델보다 가격이 5~7% 정도 인상됐다. 편의·안전 사양이 추가되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부담은 커지게 됐다. 한국GM이 수입해 판매하는 픽업트럭 쉐보레 ‘콜로라도’ 가격도 5~9% 정도 올랐다. 이전 모델 가격은 3000만원 후반대부터 시작했지만, 올해 출시된 신형 모델 가격은 4050만원부터 시작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자동차 판매 가격이 오르는 ‘카플레이션(car+inflation)’ 현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완성차 업체들이 더 많은 차를 판매하기 위해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섰으나 코로나 사태 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갑(甲)이 된 자동차 업체들이 차 가격을 인상하고 나섰다.
카플레이션 추이는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지수에서도 확인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승용차 물가를 나타내는 운송장비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 11월 102.46(2015년 100기준)으로,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차 가격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차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강판, 알루미늄, 마그네슘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004020)과 포스코(POSCO)는 최근 현대차에 공급하는 자동차 강판 가격을 톤(t)당 12만원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진 것과 별개로, 초과 수요가 발생하는 상황도 차 가격이 오르는 요인이다. 코로나 보복 소비 열풍으로 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재고가 없을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자 완성차 업체들은 할인을 줄였는데, 공급이 계속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자 판매 가격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카플레이션은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폭스바겐,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신차 가격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신차 판매가격은 평균 4만5031달러로 1년 새 12.1% 급등했다.
차 가격이 인상되고 있지만, 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아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이익은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올해 판매 전망을 기존 416만대에서 400만대로 낮추면서도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는 기존 4.0~5.0%에서 4.5~5.5%로 상향 조정했다. 폭스바겐 역시 올해 연간 영업이익률 전망을 기존 5.0~6.5%에서 5.5~7.0%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