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들이 차 안에서 주문, 결제하는 ‘카페이’ 기능을 적극 탑재하고 있다. 기존에는 주차장, 주유소 등에서만 결제가 가능했는데 최근에는 편의점, 카페까지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결제가 늘면서 카페이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는데, 자동차가 점점 ‘스마트 기기’로 진화하면서 앞으로도 이용량이 지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주문 데이터를 축적해 자동차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 수도 있다.

제네시스 카페이./제네시스 제공

카페이 작동 방식은 업체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각 자동차업체 애플리케이션(앱)에 신용카드 등 결제 정보를 등록하고 이후에는 비밀번호만 누르면 된다. 가맹점 입구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카페이 시스템이 활성화되기도 한다. 차 안에서 터치 몇 번으로 주차비나 주유비를 결제할 수 있고, 편의점 상품의 경우 차 안에서 원하는 상품을 고른 뒤 해당 편의점에 도착해 직원한테 건네받으면 된다. 물건을 받는 것 이외의 모든 결제 단계를 차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운전자가 카페이를 사용하는 동안 차량 내 시스템과 카드사, 가맹점 사이에는 자동차의 위치 정보를 활용한 가맹점 진입 알림, 주문 정보를 전달과 카드 인증 요청, 결제 요청과 승인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운전자가 실제로 카페이를 이용해 결제하는 과정은 매우 단순하게 느껴진다.

현대자동차는 ‘카페이’, 기아(000270)는 ‘기아 페이’, 제네시스는 ‘제네시스 카페이’ 등으로 부른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제네시스 GV80에 처음으로 제네시스 카페이를 적용한 뒤 G80에 이어 현대차 팰리세이드, 스타리아, 아이오닉5, 캐스퍼, 기아 EV6 등에 순차 적용하고 있다. 제네시스 GV70의 경우 카페이를 지문 인식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최근 SM6, XM3 등에 ‘인카페이먼트’ 기능을 적용했다. 모빌리티 커머스 플랫폼 스타트업인 오윈과 협력해 이같은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기존 출시된 차량인 르노 캡처, 르노 조에 등에도 인카페이먼트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차량 내 통신(FOTA) 방식으로 업데이트도 진행된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카페이 기능을 속속 탑재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018년 ‘메르세데스-페이’라는 기능을 개발했으며, 메르세데스-페이는 현재 4개 대륙 35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BMW, GM, 포드, 포르셰 등도 카페이 기능을 개발했다. 포르셰는 지난 5월 호주에서 주차 솔루션 공급 업체인 유비파크와 협업해 카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르노삼성 XM3 인카페이먼트./르노삼성 제공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카페이 기능을 탑재하는 이유는 앞으로도 이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 수단을 넘어 스마트 기기로써의 기능을 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미래의 자동차는 다양한 공간을 통신망으로 연결해 ‘움직이는 생활공간’이 되어 탑승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도 카페이 기능이 일반화되면 고객 데이터 확보에 유리해진다. 현재 카페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일부 주유소와 주차장, 편의점 정도에 불과하지, 탑승객이 차에 탑재된 카페이 기능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거나, 쇼핑 등을 할 수 있게 되면 자동차 업체도 카드사 수준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자체가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카페이가 일반화될수록 매출 증대를 위해 자동차 업체와 제휴를 맺고자 하는 업체들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세계 카페이 시장 규모는 약 19억600만달러(한화 2조1800억)로 추정되는데, 오는 2027년까진 연 평균 19.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카페이 시스템은 아직까지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기능이지만 앞으로 점차 일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