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무선 충전을 상용화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005380)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하반기에 출시하는 전기차 모델 ‘GV60’에 무선 충전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현대차는 확답을 피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무선 충전 기술을 아직 양산차에 적용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를 충전하려면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이 걸리는데, 전기차 사용자 사이에서는 충전 케이블을 꽂아 둔 채 자리를 비우는 것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완성차·IT 업체와 학계는 케이블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무선 충전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충전도크에 올려놓으면 충전이 되는 것처럼 무선 충전 패드를 장착한 차량의 운전자가 무선 충전 인프라가 설치된 구역에 주차하면 별도의 연결 없이도 전기차 배터리가 충전되도록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제네바 모터쇼에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이 무선 충전하는 모습./와이트리시티 제공

현대차는 무선 충전 분야의 선두 업체 미국 와이트리시티(Witricity)와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 충전 케이블 없이 무선 충전이 가능한 ‘코나 일렉트릭’을 전시했는데, 당시 공개한 무선 충전 콘셉트는 와이트리시티의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자가 개발한 무선 에너지 전송 기술을 가진 와이트리시티는 90%의 무선 충전 효율을 자랑한다. 충전 효율은 전력을 넣었을 때 실제 충전되는 양을 말한다.

지난 2018년 BMW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530e i퍼포먼스’에 무선 충전 기능을 탑재한 경우는 있었지만, 양산 전기차에는 아직 활용되지 않고 있다.

BMW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530e i퍼포먼스'가 무선 충전하는 모습./BMW 제공

무선 충전도 관련 인프라가 갖춰진 구역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업계는 도로를 달리는 동시에 배터리를 충전하는 ‘무선충전도로’ 기술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충전 방식을 단순히 유선에서 무선으로 전환하는 데 그친다면 이용자들이 전기차 충전소를 방문해야 하는 수고는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고 “궁극적으로 도로 아래에 충전 시설을 매설해 전기차가 달리는 도로 위에서 곧바로 전력을 공급하는 무선 충전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퀄컴은 전력을 받는 수전 패드를 단 차량이 송전 패드가 설치된 도로를 달리면 배터리가 자동 충전되는 전기차용 무선 충전 시스템(WEVC) ‘퀄컴 헤일로’를 개발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일렉트레온(Electreon)은 동으로 만든 코일을 도로에 매설하고 땅 위를 달리는 전기차에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무선 충전 시스템(DWPT)을 개발했다. 일렉트레온은 전기버스가 달리면서 충전하는 도로를 구축해 이미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무선 충전 도로 이미지./현대차 제공

국내에서도 관련 특허출원이 이어지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무선충전 특허출원은 총 299건으로, 2010년 10건에서 2018년 42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허 출원의 절반이 도로와 전기차의 코일 위치를 일치시키는 송수신 패드 기술(169건)이었고, 과금 시스템, 전기 자기장의 방출 가이드, 코일 사이에서 이물질 감지 관련 특허 출원도 많았다.

299건 중 가장 많은 특허 출원은 46건인 현대차였고, 한국과학기술원이 12건으로 뒤를 이었다. LG전자(066570)도 7건 출원했다. 외국인 출원 중에는 퀄컴이 11건, 도요타도 2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