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일본 등 전세계에서 자율주행차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상용화가 머지않았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업계에서는 상품성 있는 차량이 출시되기까지는 최소 5년은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도쿄 올림픽 선수촌 내에서 운행 중인 일본 완성차 업체 토요타의 자율주행 전기차 이팔레트(e-Pallette)가 시각장애인 일본 유도 남자 선수와 부딪쳤다. 선수는 사고로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머리 타박상 등으로 경기 참가가 불투명해졌다. 지난 28일(현지 시각)에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운전 중인 테슬라 모델3가 경찰차와 벤츠 차량을 연이어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미국 교통당국(NHTSA)은 테슬라 자율주행 모드 결함 여부를 수사 중인데 또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국제자동차기술협회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은 0에서 5까지 6개 단계로 나눠지는데, 운전자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4단계 이상을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으로 본다. 현재 상용화된 자율주행은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인 2단계다.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완성차 업체는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목표시점을 늦추고 있다. 2018년 로보택시 상용화를 선언한 GM은 상용화 시기를 2025년까지 미뤘다. 2020년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도입하겠다던 웨이모도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제한적으로 운행하는 것으로 변경했으며, 포드도 올해 목표로 하던 자율주행차 출시를 내년으로 미뤘다. 현대차(005380)는 2021년까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2023년 로보택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이 더딘 가장 큰 이유로는 차량용 인공지능(AI)의 한계가 꼽힌다.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달고 카메라, 라이다 등 각종 센서를 장착해 도로를 달리는데, 실제 도로에는 통제되지 않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테슬라가 수백만명의 실제 주행 정보를 모으고 웨이모가 2000만 마일(약 3200만 ㎞)의 테스트 주행 데이터를 쌓고도 아직 제대로 된 자율주행차를 내놓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없이 많이 모인 데이터들 중 대부분은 ‘정상주행’이고 정말 필요한 ‘변수로 인한 사고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한데, 가장 앞서있는 업체도 사람으로 치면 초등학생 수준에 불과하다”며 “너무 성급하게 다가가지 말고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부터 완전하게 만드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투자 비용도 걸림돌이다. 자율주행 기술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됐지만, 아직 수익을 낼 만한 정도의 자율주행차는 나오지 않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약 22억5000만달러(2조7000억원)을 투자해 2018년부터 독립기업으로 분사한 GM의 크루즈는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투자를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약 80억달러(9조4600억원)을 투입했다.
웨이모는 지난해 32억달러(3조6000억원)를 투자받고도 올해 25억달러(2조8000억원)를 추가 조달했다. 반면 2018년에 1750억달러(200조원)에 달했던 웨이모의 기업가치는 올해 300억달러(35조원·모건스탠리 산정 기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자율주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은 “4단계 정도는 이미 선두 업체들에서 구현이 된 상황이지만 안전성 검증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보니 보수적으로 잡았을 때 5년 정도는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완전 자율주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5단계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석철 충북대 스마트카 연구센터장도 “상품성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까지는 아직도 최소 5년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 발전을 위해 지금 알려진 방식 외에 다른 연구들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데이터를 방대하게 쌓아 추론 성능을 개선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되고 있는데, 추론 과정 자체를 수정할 수 있도록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XAI)’등의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