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의 첫 전용 전기차 ‘EV6’는 지난 3월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40여일 만에 예약대수가 3만대를 넘어 사전예약을 조기 종료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은 모델이다. 특히 현대차(005380)가 앞서 출시한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와 플랫폼(E-GMP)을 공유하고 있어 디자인부터 주행성능까지 모든 면이 비교 대상이다.
지난 25일, 기아가 서울 성수동에 꾸민 ‘EV6 언플러그드 그라운드 성수’에서 출발해 포천을 왕복하는 140㎞ 구간에서 EV6를 시승했다. 시승한 차량은 롱레인지 어스 사륜구동 트림으로, 보조금을 받기 전 가격은 6215만원이다.
아이오닉 5의 외관에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요소가 다수 적용됐지만, EV6는 독특한 디자인이 주는 이질감보다 익숙한 세련됨이 더 많이 느껴진다. 전면에는 기존 타이거 노즈를 재해석한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가 주간주행등과 어우러져 날렵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고, 공기흡입구는 범퍼 하단에 위치해 안정적인 인상을 준다.
EV6의 차길이는 4680㎜으로, 중형 SUV 투싼(4630㎜)과 비슷한데,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축거)는 2900㎜로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같다. 다만 운전석에 앉았을 때 머리 위 공간이 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높이가 낮았는데, EV6 전고는 1550㎜로, 아이오닉 5(1605㎜)보다 55㎜ 낮다.
내부 인테리어도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아이오닉 5의 중앙 디스플레이 디자인이 장난감 태블릿 PC 같은 디자인을 채택했다면, EV6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실내 인테리어가 더 고급스럽다.
아이오닉 5는 스티어링 휠 옆에 전자식 레버 변속기를 채택했지만, EV6는 오른쪽 콘솔에 전자식 변속 다이얼이 탑재됐다. 인포테인먼트와 공조 조작계는 터치 방식으로 적용해 깔끔한 인상이 들었다.
시동을 켜고 가속 페달을 밟자 차가 가볍게 출발했다. 무거운 배터리가 탑재돼 공차중량이 2000㎏을 넘지만, 출발하거나 가속할 때 그다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기차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해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데, EV6는 이를 조정하는 패들시프트가 스티어링 휠 안쪽 양옆에 있다. 왼쪽 플러스(+) 버튼을 당기면 회생제동 수준을 높이는 대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속도가 더 빨리 줄어들고 마이너스(-) 버튼을 당기면 그 반대다. 주행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회생제동 수준이 낮은 1에서 주행을 시작했다.
도로에 진입해 본격적으로 달려보니 주행감이 매끄러웠다. 방향을 바꿀 때 핸들링이 부드러웠고 차체도 안정적이었다. 한 달 전 아이오닉 5를 시승했는데,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이 좌석으로 많이 전해져 주행감이 다소 거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EV6는 과속 방지턱을 넘거나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날 때 승차감이 훨씬 부드러웠다.
또 아이오닉 5의 서스펜션이 조금 딱딱하게 느껴졌는데, EV6의 서스펜션은 보다 무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행소음도 잘 잡아줬다.
포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EV6의 주행 성능이 진가를 발휘했다. 가속 페달을 밟자 순식간에 속력이 붙었고, 시속 100㎞로 달리면서도 차선을 바꾸거나 굽은 도로를 지날 땐 민첩하게 움직였다. 제동 능력도 탁월했다. EV6 롱레인지 모델에는 77.4kWh의 배터리가 탑재돼 전∙후륜 합산 최고출력 239kW, 최대토크 605Nm의 동력성능을 낸다.
포천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전비를 높이기 위해 회생제동 3~4 수준에서 주행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속도가 너무 빨리 줄어들어 승차감이 많이 떨어졌고, 가속 페달도 무거워져 주행 피로도가 높아졌다. 회생제동이 가장 강한 4 수준에서는 ‘i-페달’ 모드가 활성화돼 가속 페달만으로 정차까지 할 수 있다.
속도를 줄일 때 회생제동 단계를 높이고, 다시 속도를 높이면 회생제동 단계를 낮추는 방식으로 주행했는데, 패들시프트 조정이 편리했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도 편리하다. EV6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등이 기본 사양으로 적용됐다. 고속도로에서 주행 보조 기능을 유용하게 활용했다.
다만 앞 차량이 없는 상황에서는 톨게이트 부근에서도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않았고, 양손을 스티어링 휠 위에 올리고 있는데도 계속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 문구가 뜨는 등 기술 수준은 아직 다소 아쉬웠다.
처음 출발할 때 배터리는 80%가 충전돼 있어 380㎞를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총 140㎞ 구간을 달렸는데, 남은 배터리로는 250㎞를 달릴 수 있다고 표시됐다. 전비는 5㎞/kWh로 공인전비 수준이었다.
EV6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75㎞를 달릴 수 있다. EV6에는 400·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이 적용됐다.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이용하면 18분 만에 10%에서 최대 80%까지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고, 4분 30초 충전으로 100㎞ 이상 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