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테슬라 전기차 ‘모델3’를 구매한 직장인 최모씨는 차를 인도받고 며칠 만에 너무 성급하게 전기차를 구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한 충전소나 짧은 주행거리 등은 각오했지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속도가 확 줄어드는 주행감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관성에 의해 속도가 어느 정도 유지되다 서서히 줄어드는 엔진차와 달리 전기차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속도가 급속도로 줄어든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바퀴를 돌리던 운동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마치 엔진차를 운전할 때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아 운전자가 느끼는 승차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기차는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감속에 따른 충격이 더 크다.
그런데 최씨는 최근 출시된 전기차 모델을 시승해보고 깜짝 놀랐다. 전기차 특유의 승차감으로 여겼던 감속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에 기본 탑재되는 회생제동 시스템은 승차감을 떨어뜨리는 요소였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회생제동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승차감도 개선되도록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전기차의 단점으로 여겨지던 회생제동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 회생제동에도 부드러운 승차감 유지하는 전기차
일반 내연기관차에서는 속도를 줄이거나 제동하려면 브레이크를 밟거나 변속기를 낮춰 엔진 브레이크를 쓴다. 하지만 전기차에서는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도 속도를 줄이거나 제동할 수 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해 배터리를 충전하기 때문이다.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은 전동화 전환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회생제동을 활용하면 손실되는 에너지의 절반 정도를 회수할 수 있다. 회생제동 덕분에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의 브레이크 패드 교체 주기는 내연기관차보다 두 배 정도 길다.
문제는 회생제동 시스템이 순간적으로 너무 많은 전력을 충전하면 엔진차에서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 승차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가속 페달에서 발이 떨어지는 순간 충전되는 전력량을 최소화하고 서서히 전력 충전량을 높임으로써 회생제동의 효율을 높이면서도 운전자가 느끼는 감속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황금 비율’을 찾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회생제동 양은 보통 스티어링 휠 뒤에 있는 시프트 패들을 통해 운전자가 조절할 수도 있다. 회생제동 양을 높이면 전력을 많이 충전하는 대신 감속 충격이 많이 느껴지고, 회생제동 양을 줄이면 전력을 적게 충전하는 대신 감속 충격을 덜 수 있다.
◇ 도로 상황에 따라 차가 스스로 회생제동 양 정하고 제어
나아가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가 스스로 회생제동 수준을 판단해 제어하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도로 상황이나 교통량 등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자동차가 스스로 적절한 회생제동 양을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해 만든 첫 전기차 ‘아이오닉 5’에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 2.0′을 적용했다. 레이더를 활용해 도로 경사와 전방 차량의 속도, 전방 차량과의 거리 등을 분석해 회생제동 단계를 자동으로 설정하고 제어하는 방식이다.
현대차 측은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을 사용하면, 불필요한 브레이크 조작이 약 80% 줄어 운전자의 피로도를 덜 수 있고, 불필요한 가감속을 줄여 실제 연비를 2% 정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출시한 ‘더 뉴 EQA’에는 회생제동을 자동으로 설정해주는 ‘D오토(D Auto)’ 모드가 포함됐다. D오토 모드는 레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해 자동으로 회생제동 정도를 결정한다. 앞차와 거리가 충분할 경우 마일드한 회생제동을, 앞차와 거리가 짧으면 강력한 회생제동을 걸어 속도를 줄여 줌으로써 효율적인 주행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