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중인 가운데 노조가 ‘산업 전환에 따른 미래협약’을 별도요구안으로 내걸었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노조원의 고용 보장을 약속해달라는 내용이 주된 취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친환경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신사업 관련 주요 부품과 완성품을 반드시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점을 미리 약속해달라고 회사측에 요구했다.
아울러 배터리, 전장부품, 반도체, 신소재 등 주요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이같은 사업을 국내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국내 공장에 생산 체계를 구축해 달라고 했다. 예를 들어 배터리 직접 생산이 어렵다면 배터리 시스템이라도 직접 생산하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노사간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여지를 미리 막아내고, 고용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현대차가 미래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74억 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계획을 내놓자 기자회견을 통해 “해외 투자를 강행하면 노사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반대했다. 노조는 “국내 공장을 강화하고 4차 산업으로 인한 신산업을 국내 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살길”이라며 “국가 간 관세 문제로 일정 정도 해외 공장을 유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현재 수준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현대차 노조가 이같은 입장을 보이는 것은 전동화가 빨라지면서 고용 구조가 흔들리고 일감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30% 이상 적기 때문에, 전기차 생산비중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고용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부품 수가 37% 가량 감소하며, 내년 국내 전기차 생산 비중이 10.5% 증가할 경우 4718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현대차는 “배터리, 반도체의 경우 부품별로 하나의 산업군을 이루고 있어서 쉽게 사업에 진출할 수 없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완성차 업체, IT 업체, 화학 업체 등이 각자 고유 영역을 기반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고, 핵심 부품산업에 섣부르게 진출하면 오히려 품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려면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전자장비 부품 역시 기술 장벽이 높다. 모터의 경우 전문 업체는 다양한 모터를 생산하는데 현대차가 직접 생산하게 되면 자동차용만 생산할 수 밖에 없고, 결국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UAM과 로보틱스 등 신사업과 관련해선 아직 국내 공장 생산을 논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시제품이 없고 비지니스 모델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신사업에 대한 생산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외에도 ‘산업전환에 따른 미래협약 요구’에 고숙련·고기능 직무교육 프로그램 수립, 산업 변화에 맞는 노동시간(주 40시간 이하)과 임금 제도 도입, 미래사업 내용 반기별 설명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번 임단협에서 노조는 임금 9만9000원 인상(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 당기순이익의 30% 지급, 정년 만 64세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