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일부 옵션을 없애는 선택지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최악은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공급난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올해 말은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육지책을 통한 ‘버티기’에 들어간 셈이다.

미국 미시간주 오리온 타운십의 GM 공장 근로자들이 볼트EV 차량을 만들고 있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오토 스톱 앤드 스타트’ 기능을 제외한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제작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진정될 때 까지 일부 차량에서 이 기능을 생략하겠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좋은 픽업트럭과 SUV의 경우 일부 시스템을 제외하더라도 생산을 멈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토 스톱 앤드 스타트 기능은 엔진 공회전을 줄여 연료를 절약하는 시스템이다. 이 기능을 생략하기로 한 차량은 5.3리터 또는 6.2 리터 V8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쉐보레 타호·서버번·실버라도, GMC 유콘·시에라 등이다. 지난 7일부터 이같은 차량을 제작하고 있으며, 해당 차량을 구매할 경우 50달러를 할인해준다. 추후에 이 부분만 추가할 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GM은 지난 3월에도 차량 설계를 변경해 연료 관리 모듈을 제외한 차량을 판매했다. 5.3리터 V8 엔진과 6단·8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된 쉐보레 실버라도, GMC 시에라 등이다. 해당 차종에서는 능동형 연료 관리 시스템(Active Fuel Management)과 다이내믹 연료 관리 시스템(Dynamic Fuel Management)등을 제외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벤츠는 최근 A클래스, B클래스 등에서 ‘프리-세이프’ 기능을 당분간 탑재하지 않기로 했다. 프리 세이프는 차량이 사고 위험을 감지하고 필요한 경우 스스로 예방조치를 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탑승자의 머리나 팔이 차량 밖으로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루프와 창문을 자동으로 닫는다. 해당 기능은 추가적인 안전 시스템이기 때문에 자동차안전평가 등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BMW는 3시리즈, 4시리즈 등에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프로페셔널 패키지’ 옵션을 없앴다. 해당 차량의 경우 가격이 1500유로 인하된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도 이같은 ‘마이너스 옵션’을 도입했다. 기아 K8의 경우 출시되자마자 마이너스 옵션을 도입했는데, 노블레스 이상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후방주차 충돌 방지 보조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을 제외하면 40만원을 깎아준다. 카니발도 노블레스 이상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기능을 제외하면 40만원을 할인해 준다.

아이오닉5는 특정 옵션 사양을 제외할 경우 할인 대신 조기 출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4륜구동(4WD), 컴포트플러스, 프레스티지 초이스, 파킹 어시스트 등이다.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 대수는 총 36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한 주에만 북미 지역에서 1만8000대, 중국에서 6만5000대의 생산 차질이 있었다. 현대차·기아와 제네시스 등의 차종별 출고 대기 기간도 평균 3개월에 달한다. 투싼은 어떤 모델이든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며, GV80은 2~4개월, 스타리아 3개월, 그랜저는 1개월 가량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