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사용량 기준으로 작년까지 4년 연속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위상을 넘어 배터리 소재에서부터 장비와 자율주행차까지 미래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이코노미조선'은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 CATL이 꾸리는 전기차 생태계를 조망하고, 기술을 추격당하는 한국 배터리 기업과 우리 정부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의 조언을 들었다. [편집자 주]

중국 닝더시에 있는 CATL 본사. 사진 블룸버그

글로벌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지난해 9월 세계 1위 배터리 장비 업체 중국 우시리드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지분 7%를 가진 대주주가 됐다. 이어 올해 2월 우시리드와 추가 협약을 체결했다. CATL이 향후 미래 배터리 연구개발(R&D) 과정에 우시리드를 참여시키고, 신규 설비 투자 시 50% 이상 물량에 대해 수주 우선권을 우시리드에 준다는 것이다. R&D와 납품 협력 관계를 강화한 것이다. 우시리드의 해외 진출도 돕기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장비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른 중국의 두 업체가 손잡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두 회사의 협업 확대는 배터리를 넘어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CATL의 최근 움직임을 보여준다. CATL은 4월 27일(이하 현지시각) 중국 선전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향후 1년 내 중국 안팎의 전기차 가치사슬에 있는 상장사들에 최대 190억위안(약 3조42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하루 뒤인 4월 28일엔 CATL의 모태가 됐던 배터리 업체 ATL과 함께 140억위안(약 2조5200억원)을 들여 배터리 셀과 패키징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사용량 기준으로 작년까지 4년 연속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를 차지한 위상을 넘어 미래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CATL의 연간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은 34.3Gwh(기가와트시)로, 세계 시장의 24%를 차지했다.

‘CATL의 야심은 배터리 패자(覇者)에 머물지 않는다.’ 5월 10일 중국 화샤에너지망에 이런 기사가 올라왔다. 전기차 가치사슬에 있는 유망 기업에 투자하겠다면서 최근 1년 새 밝힌 투자 계획 규모만 1000억위안(약 18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리튬과 코발트 등 자원을 개발하는 기업은 물론, 배터리 장비에서부터 전기차 업체와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 등 전기차 생태계를 아우르는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키산푸 구리·코발트 광산 지분 25%를 지난 4월 인수한 것이나 지난해 지분 투자를 한 캐나다 리튬 개발 회사 네오리튬 지분 확대를 올 들어 추진 중인 게 대표적이다. 우시리드를 비롯해 전력설비 기업 용푸파워엔지니어링 등 장비 업체들도 주요 투자처다.

친환경차 분야에서는 중국 전기차 회사 바이톤에 투자했고,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와는 배터리 교환 기업을 합작 설립하고 교환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하고 있는 중국 인셉티오와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 최근 화웨이와 자율주행차 영역에서 협업 체제를 구축하는 등 정보기술(IT) 기업도 CATL 생태계로 편입하고 있다. 반도체도 CATL의 투자 시야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샤오미 산하 투자 펀드 후베이 샤오미 창장산업기금 등 8개 사와 공동으로 신마이반도체기술에 출자해 지분 2.7%를 취득한 게 한 사례다.

공산당의 든든한 지원으로 성장

CATL의 급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한국과 일본 배터리 업체의 자국 진출을 막고 CATL의 성장을 지원했다. 주한 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당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온 한국 업체를 배제하는 식으로 자국 기업의 성장 시간을 벌어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중국 당국은 삼원계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을 빌미로 한국 업체의 진입을 막았지만, CATL은 그사이 삼원계 배터리 기술을 축적했다. 현재는 독일 폴크스바겐과 벤츠에도 납품할 만큼 기술력이 높아졌다. CATL의 배터리 사업은 중국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독일 등 해외에 공장을 세워 유럽을 달리는 전기차에도 공급하겠다는 글로벌화가 착착 진행 중이다. 실제 배터리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CATL이 204%로 52.6~108.2%에 머문 한국과 일본 경쟁사를 압도했다.

CATL의 강력한 걸림돌은 미국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 2월 배터리를 포함해 반도체 등 4개 품목에 대한 공급망 재검토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중국을 전제주의 국가로 묘사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의존하는 공급망은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미국은 세계 전기차 시장의 12%를 차지한다.

pluspoint 홍콩 최고 부자 된 CATL 창업자 쩡위췬

CATL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창업자 쩡위췬(曾毓群·53) 회장<사진>이 최근 홍콩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중국 푸젠성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쩡 회장은 현재 홍콩 시민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월 3일(현지시각) ‘포브스’의 실시간 부호 통계를 인용해 쩡 회장의 자산이 345억달러(약 38조9850억원)로 리카싱(344억달러)을 제치고 홍콩 부호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글로벌 부호 순위에서는 41위에 랭크됐다.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쩡 회장은 스스로 발명한 특허도 10여 건에 이를 정도로 실력 있는 엔지니어다. 쩡 회장과 인연이 있는 한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쩡 회장은 전형적인 기술자로, 말수가 적고 집중력이 강하다”라며 “최근 줄담배를 끊었다고 말하더라”라고 전했다.

쩡 회장은 일본 전자부품 업체 TDK 홍콩 자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어 1999년 TDK 동료들과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업체 ATL을 설립했다. 이어 쩡위췬이 2011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해 독립해 창업한 회사가 CATL이다. 당시 ATL의 기술 인력을 대거 데려갔다. 처음에는 ATL이 CATL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2015년 지분 관계를 정리하면서, CATL은 100% 중국 회사가 됐다. 이런 전력으로 TDK와 CATL은 여전히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TDK가 소유한 ATL과 최근 합작사 설립 발표를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CATL은 설립 초기부터 독일 완성차 업체 BMW의 배터리 물량을 수주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쩡 회장은 독일 다임러 등으로 거래처를 확대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쩡 회장은 올해 1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기차 백인회(百人會) 포럼 2021’에서 “5년 안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폭발기’를 맞을 것”이라며 “현 단위의 시장을 넘어 테라와트시(기가와트시의 1000배)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올해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가 뚜렷하게 늘어나지만 전체 공급망의 성장은 비교적 느리다”고 지적했다. CATL이 배터리 생산에만 매달리지 않고, 배터리의 전체 공급사슬을 포함, 전기차 생태계 구축을 위해 잰걸음을 하는 배경이다.



Part 1. 전기차 생태계 강자 노리는 CATL

-배터리 넘어 전기차 가치 사슬 구축하는 CATL

- [Infographic] CATL 전기차 생태계


Part 2. 중국 전기차 신생태계

-강해지는 중국 전기차 산업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손잡는 CATL

-[해외 전문가 인터뷰] 왈도 페레즈 네오리튬 CEO

-[해외 전문가 기고] 콰심 칸 이퀄오션 수석 애널리스트


Part 3. 한국의 전략

·韓 배터리 3사의 반격

·[Interview]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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