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한 현대자동차와 기아(000270)가 지난달에도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올해 1분기에 이어 4월까지 역대급 판매실적을 기록하면서 올해 현대차그룹의 신장세가 주목받고 있지만,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5월 이후에도 이같은 성장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법인(HMA)은 지난 4월 7만7523대를 팔았다.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한 영향이다. 소매판매를 포함한 전체 판매량은 이 기간 128% 늘었다. 기아 미국법인(KMA)도 지난달 판매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121.3% 증가한 7만177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미국 시장 판매기록은 역대 월간 최대 판매량으로 기록된 지난 3월보다 각각 2000대(7만5403대), 4000대(6만6523대) 가까이 많은 수치다.

그래픽=이민경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량이 늘어난 이유로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인기가 꼽힌다. 현대차 그룹은 1986년 처음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판매를 늘려왔다. 특히 2016년에는 연간 판매량 142만2603대를 달성하며 미국 시장 진출 이후 가장 많은 판매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현지에서 인기 있는 대형 모델을 내놓지 못해 지난해까지도 2016년 기록을 깨지 못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북미시장 강화를 위해 SUV 라인업을 확대했다. 현재 현대차는 플래그십 SUV인 팰리세이드를 비롯해, 싼타페, 투싼, 코나, 베뉴, 넥쏘 등 미국 판매 모델 11개 중 절반이 SUV다. 기아 또한 전체 판매모델 13개 중 SUV가 7개를 차지하고 있다. SUV 라인업 강화로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SUV 차종은 지난해 동기대비 141% 증가하며 월간 최대 판매기록을 이끌었다.

올해 1분기 판매 호조를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입지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현대차의 브랜드 첫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미국의 상징'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있는 차종인 픽업트럭을 선보이면서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또 현대차 미국법인은 지난달 초부터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쏘나타, 투싼 등 주요 차종에 대한 60개월 무이자 할부 및 추가 할인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판매호조에도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기아는 이달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재론칭을 앞두고 있다. 이미 지난 2월부터 카니발에 신규 엠블럼이 적용되고 있으며 올해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쏘렌토와 카니발 등 레저용 차량의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는 지난해 실적인 58만6105대보다 9.2% 증가한 64만대를 올해 판매 목표로 잡았다.

아이오닉5와 EV6등 전기차의 미국 현지생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회장 취임 후 첫 미국 출장길에 나선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등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 무뇨즈 현대차 북미법인 사장도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산업에 대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인센티브 제도에 따라 (전기차 전략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의 흥행 지속 여부는 차량용 반도체를 얼마나 잘 조달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충분한 물량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해야 하는데, 현대차와 기아는 앞서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에서 5월에 본격적인 반도체 수급난이 닥칠 것을 우려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1분기까지 미미했던 반도체 품귀 영향은 4월 들어 심각해지고 있다”며 “품목별 우선순위를 마련해 대체 소자 조달에 나서며 생산 차질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