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전기차 보급에 힘쓰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 외에도 공을 들이는 부분이 있다. 전기차 보급에 필수인 충전기 확보다. 국내에서 전기차가 보급되기 시작한지 5년이 넘었지만 충전기 보급 속도는 아직 더딘 편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올해를 전기차 확대의 원년으로 삼고 충전기 개발 및 확산에 애쓰고 있다.
◇ ‘전기차 소유자 = 충전난민' 불만에 車업체들 “충전거점 확대”
30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기차 등록대수는 13만4962대로 2016년 1만855대와 비교해 1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충전기 수는 작년 12월 기준 총 6만4188기다. 전기차 등록대수와 충전기 수를 비교하면 2대당 1개의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중 3만4639기는 친환경차 통계누리집에 등록되지 않은 ‘비공개’ 공용충전기로 특정 빌딩, 시설, 아파트 등에 설치돼 거주·출입자 외에는 사용이 어렵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면 전기차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완성차 업체들은 충전소 인프라 선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최근 국토교통부와 함께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초급속 충전소 이핏(E-pit)을 6기씩 설치해 총 72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한국도로공사와 현대자동차 간 협약을 통해 구축됐으며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에 최적화해 설계됐다. 최근 출시된 아이오닉 5 등 E-GMP 기반의 현대차 그룹 차종은 18분 내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포함해 정부는 올해 급속충전기 3000기를 포함한 충전기 3만기를 확충할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전기차 보급 확대에 맞춰 편리한 충전환경 조성도 매우 중요한 당면과제”라며 “주유소보다 편리한 충전환경 조성을 목표로 올해 중 급속충전기 3000기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월 백여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하는 포르쉐도 올해 국내에 100기 이상의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포르쉐가 국내에 처음 출시한 순수 전기차 모델 타이칸 4S는 올해 1~2월에 각각 105대, 120대가 팔렸고, 지난달에는 149대로 판매가 더 늘었다. 포르쉐는 올해 후속 전기차 모델인 타이칸 터보를 출시하는데,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연말까지 완속 충전기를 171기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350kW급의 초급속 충전기(HPC) 역시 기존 6대에서 10대로 늘린다.
◇ ‘충전 경험' 강조하며 충전소에 카페·문화센터 함께 유치
전기차 업체들은 충전소를 확충하며 ‘고품질 충전 경험’도 강조하고 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와 다르게 충전하는데 최소 수십 분에서 수 시간이 걸린다. 업체들은 초급속 충전기를 개발하고 보급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충전시간이 길다. 현대차가 선보인 350kW의 초급속 충전기 하이차저로 아이오닉 5를 충전해도 완전충전까지 20분가까이 소요된다.
이에 업체들은 충전 공간에 카페나 문화시설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차량을 충전하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끔 하려는 전략이다. 또 전기차 충전소는 기존 주유소처럼 기름 냄새나 매연이 없고 화재사고 등의 위험이 적어 식당이나 마트가 결합된 복합쇼핑몰도 충전기를 유치하고 있다. 용산구 아이파크몰은 BMW의 브랜드 첫 차징 스테이션을 유치했다. 3기의 충전기를 설치해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아이파크몰에서 쇼핑하거나 BMW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PHEV)을 시승해볼 수 있다.
포르쉐도 이같은 흐름을 반영했다. 포르쉐가 지난달 공개한 브랜드 자체 충전 네트워크는 천장에서 길게 내려오는 충전기로 충전할 수 있는 차징공간, 테이블과 의자로 구성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대기공간으로 이뤄졌다. 포르쉐는 유럽 주요 고속도로에 새로운 충전소 설립을 계획 중이며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충전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SK네트웍스(001740)와 손잡고 문을 연 강동EV스테이션은 ‘자동차와 사람이 함께 충전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운전자가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유명 카페·시승센터·공유주방 등 문화공간을 제공한다. 현대차의 초급속 충전기 하이차저 8기가 들어서 있으며 면적과 설비 면에서 수도권 최대 규모의 충전 공간이다.
기존 주유소도 전기차 전환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말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공개했다. 기존 주유소에서 제공하는 주유·세차·정비 등 일반적인 서비스 뿐만 아니라 카셰어링 및 전기차·수소차 충전 등 모빌리티 서비스, 택배 및 드론 배송 등 물류서비스까지 제공한다. SK에너지는 올해 초 서울시와 함께 서울시내 SK주유소 중 태양광 발전과 전기차 충전소 설치가 가능한 모든 곳에 설비를 구축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