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의 1인당 연간 의료 방사선 피폭량은 3.13mSv(밀리시버트)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인용하는 세계 평균 자연 방사선 노출량(2.4mSv)을 웃돈다. 국내 의료 방사선 검사 건수도 연간 3억건을 넘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높은 의료 접근성과 실손보험 대중화, 병원 간 진료 기록 연계 한계 등으로 엑스레이(X-ray)·컴퓨터단층촬영(CT) 촬영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의료 방사선 노출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영유아·임산부·장애 아동처럼 반복 촬영이 필요한 환자군에서는 방사선 피폭 우려로 검사 자체를 꺼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재혁 티인테크놀로지 대표./염현아 기자

이 같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건국대 교원 창업 기업인 티인테크놀로지는 엑스레이 촬영 시 방사선 피폭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전원장치 기술 개발에 나섰다.

전력전자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최재혁 대표는 연구 과정에서 기존 고전압 발생 장치의 구조적 한계를 체감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22년 1월 교수진과 함께 회사를 창업했다.

기존 엑스레이 장비는 이론적으로 1000분의 1초 수준의 짧은 시간에도 촬영이 가능하지만, 전원장치 한계로 실제 현장에서는 0.1~1초 이상 방사선을 조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 대표는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피폭이 발생한다고 판단해, 이를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 사옥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최재혁 티인테크놀로지 대표는 "영유아나 임산부는 방사선 촬영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고, 소아 장애인은 치과 엑스레이 촬영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피폭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빠른 촬영과 피폭 저감 기술 수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엑스레이 튜브나 디텍터는 이미 기술 발전이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전원장치는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었다"며 "전력전자 기술을 활용해 이 부분을 개선하면 의료 현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티인테크놀로지는 현재까지 관련 핵심 특허 8건을 확보했다.

티인테크놀로지의 초고속 디지털 펄싱 기반 저피폭·고해상도 기술 소개도

회사의 핵심 기술은 '초단파 펄스' 기반의 전원장치 고전압 제어 기술이다. 10만~15만 볼트에 이르는 고전압을 정밀하게 온·오프 제어하고, 방사선 발생량을 균일하게 분배하는 방식으로 피폭을 줄인다. 특히 5000볼트 수준의 반도체 스위치를 여러 개 직렬로 연결하는 '스태킹 기술'과 방사선 출력 제어 기술을 결합해 기존 대비 최대 89%까지 방사선 저감이 가능하다. 기존 글로벌 장비가 피폭을 90% 수준까지 낮추는 데 수백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드는 반면, 티인테크놀로지 기술은 약 250배 낮은 비용으로 유사한 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현재 국내 치과 의료기기 기업과 협력해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를 시작으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전북대병원에서 인터페이스 구축을 마친 뒤 내년에는 화질 평가와 사용 적합성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결과에 따라 의료기기 인증 절차에 착수한다. 향후에는 CT와 수술용 영상장비(C-ARM)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최 대표는 의료 분야를 넘어 산업용 검사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강조했다. 그는 "공항 검색대를 비롯한 산업 현장의 비파괴 검사 라인에서도 엑스레이가 활용되는데, 작업자는 반복 촬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초단파 펄스 기술을 적용하면 고속 촬영이 가능해 검사 효율을 높이면서도 작업자 피폭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방산 분야에서는 차세대 레이더와 수중무기용 전원장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 기술지주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으며, 현재 시리즈A 라운드를 진행 중이다. 정부 연구개발 과제와 팁스(TIPS)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기술 고도화도 병행하고 있다.

최 대표는 글로벌 의료용 엑스레이 시장이 약 26조원, 산업용 비파괴 검사 시장이 약 5조원 규모로 총 30조원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30년 매출 700억원 달성과 함께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