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 심장부로 불리는 경기 남부 지역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 둔화와 자금 경색 여파로 업종과 업력을 가리지 않고 중소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빠르게 증가하는 분위기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 투자 위축 등이 겹치면서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악화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러스트=Chat GPT

14일 법원통계월보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3월 동안 수원지방법원 관할 법인 파산 건수는 39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같은 기간 수원회생법원에서 155건의 법인이 파산 선고를 받았다. 연간 기준으로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2022년 186건에서 2023년 320건, 2024년 379건, 2025년 495건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남부 기업들의 법인 회생·파산 사건은 2022년까지 수원지방법원에서 담당했다. 이듬해 수원회생법원이 출범하면서 도산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수원회생법원은 수원·용인·화성·평택·안산·성남 등 경기 남부 지역 기업들의 사건을 맡는다. 통상 기업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거나 정상 영업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면 기업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고, 법원은 심리를 거쳐 파산 여부를 결정한다.

늘어나는 파산 건수도 문제지만 업종과 업력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이오·제조업·IT 등 전반으로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뇌전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팜솔루션즈는 최근 파산 선고를 받았다. 바이오팜솔루션즈는 2008년 설립돼 2021년 중국 제약회사에 수백억원 규모의 자사 후보 물질에 대한 기술을 수출하기도 했다. 후보 물질은 신약으로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인 유망 물질이다.

2009년부터 포장용 플라스틱 성형 용기 제조업을 영위한 화송도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50억~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2022년 당기순이익은 1억5191만원으로 2020년(6억2551만원) 대비 약 76% 감소했다. '더 파인더'와 '사신' 등 자체 개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운영하던 스톰게임즈도 파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사건 수 증가에는 수원회생법원 출범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서울회생법원 등으로 접수되던 경기 남부 지역 기업들의 사건이 수원회생법원으로 접수되면서 전체 사건 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전체 기업 수 대비 회생법원을 찾는 기업 비율이 낮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파산 증가세가 특정 업종 부진이 아니라 다양한 업종 전반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만기 연장과 정책금융 등으로 버티던 한계기업들이 고금리 장기화와 투자 위축 속에서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소기업융합중앙회 관계자는 "최근에는 매출 감소보다 현금흐름 악화와 자금 조달 경색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둔화가 장기화할 경우 중소기업들의 유동성 압박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