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추진하는 '소상공인 대상 AI 전환(AX) 사업'이 출발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소상공인에 AI 기술을 적용, 비즈니스 고도화를 지원하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멘토 기업' 확보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올해 약 144억원을 투입해 '소상공인 AI 활용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그동안 중소기업, 소상공인 정책이 경영 안정 중심에서 벗어나 '성장'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이 AI 기반 혁신이다. 중기부는 지난 3일에는 AI 정책 통합 브랜드 '모두의 AI+'를 발표하고, 기업 및 소상공인 경영 전반에 AI를 접목해 생산성과 매출 등 성과를 높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중기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 8일 소상공인 AI 활용 지원 사업을 총괄할 주관기관과 함께 AI 설루션을 보유한 멘토 기업 모집에 나섰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소상공인의 AI 도입과 현장 적용을 이끄는 '멘토 기업'이다. 멘토 기업은 AI 역량이 부족한 소상공인을 대신해 현장에 직접 투입돼 컨설팅을 수행하고, 설루션 적용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
단순한 키오스크 설치나 홈페이지 제작 지원 등 기존 디지털 전환(DX)을 넘어, AI를 소상공인 비즈니스에 접목해 매출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다. 경영 관리, 고객 응대 자동화, 제품 개발, 마케팅 최적화 등 AI 적용 분야도 다양하다.
그러나 중기부가 기대했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이번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은 지난해 말 중기부가 진행한 소상공인 대상 AI 활용 교육에는 참여했지만, 실제 사업 적용 단계인 이번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자사 AI 모델 중심의 활용을 조건으로 제시했으나, 특정 설루션에 대한 종속을 배제하고 소상공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사업 취지와 맞지 않아 참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역시 별도의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빠지면서 중기부는 당초 이달 23일까지였던 멘토 기업 모집 기한을 다음 달 6일로 연장했다.
현장에서는 멘토 기업 확보 여부가 사업 성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이번 사업이 단순 AI 기술 보급이 아니라 소상공인의 비즈니스 구조 자체를 바꾸는 AX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맞춤형 깔창을 제작하는 소상공인의 경우, 고객의 발을 촬영한 뒤 AI로 압력 분포를 분석하고 개인별 발 형태에 맞춘 제품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고도화가 가능하다. 이처럼 제품 개발부터 서비스 제공까지 전 과정에 AI를 적용해야 하는 만큼, 이를 설계하고 실행할 전문 멘토 기업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소상공인 AI 활용 지원 사업은 중기부의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전환 사업'과도 비교된다. 글로벌 제조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005930)가 멘토로 참여해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이끌며 정책 효과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소기업 현장에선 스마트공장 전환 사업이 제조 경쟁력 강화의 핵심 사례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자체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을 보유한 LG(003550)가 소상공인 AX를 이끌 유력한 멘토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현재까지 해당 사업에 참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상공인 전문가는 "소상공인 AX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현장 적용 역량이 핵심인데, 이를 견인할 선도 기업 참여가 부족하면 사업이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뷰티, 식품 등 산업별 특화 AI 기업까지 폭넓게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첫 소상공인 AX 사업으로 아직 규모가 크지 않지만, 초기 성공 사례를 만들어 예산을 늘리고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