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드는 패널은 변전소 외벽에 들어갑니다. 일정 물량이 쌓이면 포장해 바로 인도네시아로 출하합니다. 공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공정을 단순화해 생산 효율을 높였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야적장으로 사용하는 부지를 개발해 설비도 확충할 계획입니다."진일성 매일마린 부사장
지난 23일 부산 영도구 해양로 17번지. 패널 제작동 내부 절단기 소음 사이로 용접 불꽃이 연신 튀었다. 대형 철판이 크레인에 매달려 이동하고 작업자들은 구조물을 맞춰가며 조립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국 조선·해운 산업의 중심지로 꼽히는 이곳에서 약 30년간 선용품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매일마린의 현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1995년 선박용 물품 공급 사업으로 출발한 매일마린은 최근 제조·해상풍력·방산·원자력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해양 기반 복합 산업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선용품 조달 기반 위에 제조 역량을 더하다
매일마린의 기본 경쟁력은 부산 본사를 중심으로 구축한 조달·물류 대응 체계에 있다. 회사는 국내외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수천 종의 선용품을 상시 확보하고 있으며, 부산 본사 내 4개 전용 창고를 중심으로 구매·보관·패킹까지 이어지는 통합 물류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입항 선박 일정(ETA·ETD)에 맞춘 적기 공급 체계도 강점이다. 선박 운항 특성상 긴급 자재와 식자재까지 24시간 대응 가능한 운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 약 100여개 해운사 및 선박관리사와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 입항 외국 선박을 담당하는 선박대리점 요청에도 대응하고 있다.
매일마린의 사업 구조 변화는 2018년 세화기계 인수 이후 본격화됐다. 세화기계는 터보차저 케이싱, 크로스헤드 핀 등 선박 엔진 핵심 회전체 및 동력 전달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들 부품은 대형 디젤엔진의 안정성과 효율을 좌우하는 정밀 가공 영역에 해당한다.
세화기계는 로터 샤프트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연료 공급 핵심 장치인 서플라이 유닛도 자체 설계·제작 역량을 확보했다. 현재 현대중공업, HSD엔진, 한화파워시스템, STX중공업, 스위스 부르크하르트(Burckhardt) 등 국내외 주요 엔진 제조사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플랜트 제작 기반 확보…해상풍력·글로벌 공급망으로 확장
매일마린은 2020년 에스에이에스(SAS)를 플랜트 사업부로 합병하며 조선 및 육·해상 발전 플랜트 제작 역량도 확보했다. SAS는 셀 가공 기술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기업이다.
SAS 합병은 반도체 세정장비 베셀 제작, 삼척화력발전소 집진기 제작, 포스코플랜텍 광양 4고로 철구조물 납품 등 다양한 산업 설비 제작 프로젝트 참여로 이어졌다. 열교환기와 반응기 등 화공 설비와 발전용 콘덴서 제작도 이 시기 사업 영역에 포함됐다.
이 같은 제조 기반 확대는 해상풍력 플랜트 사업 참여로 이어졌다. 매일마린은 현재 독일 전력망 운영사 테넷(TenneT), 네덜란드 해양 엔지니어링 기업 맥더멋(McDermott), 상상인선박기계와 함께 '테넷 2GW 프로그램' 일부 패널 제작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를 연결하는 대형 해상 전력망 구축 사업이다.
지난해에는 삼양통상을 인수하며 선박 케미컬 공급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삼양통상은 노르웨이계 글로벌 해운 서비스 기업 윌헬름센 그룹(Wilhelmsen Group)의 한국 법인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업체다. 이번 인수를 통해 매일마린은 윌헬름센 그룹의 케미컬 공급 파트너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윌헬름센은 전 세계 2000개 이상의 항구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선박 서비스 기업으로, 이곳과의 협력 관계 확보는 동북아 해운 서비스 공급망 확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재 계열사 매일세라켐, '소재·제작·조달' 통합 전략 축으로
매일마린의 중장기 전략 축은 소재 계열사 매일세라켐이다.
매일세라켐은 최근 경량 방탄·보온·불연·방음 복합 소재를 개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소재는 기존 대비 두께와 중량을 줄이면서도 미국 국립사법연구소(NIJ) 3등급 수준의 방탄 성능을 확보했으며 약 1100도 고온 환경에서도 일정 시간 내화 성능을 유지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 전자파 차폐와 방사능 차폐 도료 기술도 더해져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가 중요 보안시설용 전자파 차폐 구조물과 원자력·발전 플랜트 방호 설비 등이 대표적인 활용 분야로 꼽힌다. 김명진 매일마린 대표는 "매일세라켐은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며 "해외 자본 유치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매일마린이 소재·제작·조달 역량을 하나로 묶는 구조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체계가 자리 잡을 경우 조선·방산·에너지 설비 분야에서 설계부터 제작, 납품까지 이어지는 대응 범위 확대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매일마린의 사업 구조 전환 과정은 최근 실적 흐름에도 일부 반영되고 있다. 연결 기준 매출은 최근 5년간 400억원 안팎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약 39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흑자와 적자를 오가며 변동성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연내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