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테스트 소켓 업체 리노공업(058470)의 주가가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2일에는 직전 거래일보다 1.43% 오른 12만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6만4900원에서 85.2% 상승하며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6위에 안착했다.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테스트 소켓 시장 성장 전망으로 이어지면서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반도체 테스트 소켓 시장 규모는 약 3조원으로, 연평균 5~6%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성순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소켓은 제조원가 비중은 낮지만 수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으로 가격 저항이 낮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시장"이라며 "지난 25년간 시장이 역성장한 사례도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3년 반도체 다운사이클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지난해 영업익 1770억 '사상 최대'…테스트 소켓 매출 42%↑

리노공업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3.9% 증가한 3725억원, 영업이익은 42.5% 늘어난 177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47.5%로 전년 대비 2.9%포인트 상승하며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수준의 수익성을 나타냈다. 설계부터 정밀 가공, 도금, 조립, 최종 검사까지 전 공정을 자체 수행하는 수직 내재화 구조가 배경으로 꼽힌다.

회사의 주력 사업은 테스트 소켓과 포고핀 제조다. 지난해 매출 구성에서 테스트 소켓은 2439억원으로 전체의 65.5%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42% 증가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포고핀은 871억원으로 23.4% 비중을 차지했으며 전년 대비 15.9% 늘었다.

테스트 소켓과 포고핀은 검사 장비와 칩을 연결하는 소모성 부품으로 반복 사용 과정에서 마모돼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하다. 양산 물량이 줄더라도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용 소켓 수요는 꾸준히 발생한다.

그래픽=손민균

◇WMCM 도입에 커지는 테스트 시장…'맞춤형 소켓' 수요 확대

증권가는 리노공업의 올해 매출액을 4100억~4500억원, 영업이익을 1900억~21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TSMC가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WMCM(웨이퍼 레벨 멀티칩 모듈) 공정을 연말까지 월 6만장, 내년에는 월 12만장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해당 공정 확대는 테스트 소켓 수요 증가와 단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WMCM은 여러 칩을 칩렛 형태로 분리 제작한 뒤 웨이퍼 단계에서 통합하는 구조로, 연결 상태와 개별 칩 기능을 동시에 검증해야 한다. 이에 따라 I/O 단자 수는 기존 대비 15~20% 늘어나고 더 얇고 정밀한 테스트 핀이 요구된다. 리노공업은 이러한 초미세 피치(핀 간격)에 대응할 수 있는 0.075mm급 테스트 핀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새 공정 도입 초기에는 R&D용 소켓 수요가 먼저 발생하는 점도 리노공업에 유리한 요소다. R&D 소켓은 칩 설계 확정 이전 반복 테스트에 사용되는 다품종 소량 생산 제품으로 양산용 대비 마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노공업은 약 1000개 고객사의 개발 단계 수요를 기반으로 초기 물량을 선점하고 이후 양산 단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고객사들의 자체 칩 생산 확대 움직임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애플과 TSMC가 리노공업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26%에서 33%로 확대됐다. 애플향 매출은 전년 대비 63%, TSMC향 매출은 80% 증가했다.

특히 TSMC는 매출 구조가 스마트폰 중심에서 HPC(고성능 컴퓨팅)와 ASIC(주문형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자체 ASIC 생산 확대 영향이다. ASIC는 특정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는 만큼 테스트 소켓 역시 고도의 맞춤형 설계가 요구된다.

리노공업 에코델타시티 공장 조감도./리노공업

◇점유율 경쟁 심화 속 2000억 설비 투자…"생산능력 두 배 확대"

리노공업은 수요 확대에 대응해 생산 역량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며 올해 11월 완공 예정이다. 설비 이전과 안정화까지는 약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공장이 정상 가동되면 생산능력은 현재 약 4500억원 수준에서 약 95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변수는 있다.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1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리노공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퀄컴과 애플 중심의 프리미엄 제품군에 공급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보급형과 달리 한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노공업은 지난해 매출에서 퀄컴 비중도 전년 28%에서 22%로 낮추며 고객 구조 다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쟁 환경 변화가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테스트 소켓 시장에서 리노공업의 점유율은 약 12%로 전년(약 14%) 대비 소폭 하락했다. 스마트폰 업황 둔화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주요 경쟁사로는 ISC와 일본 야마이치, 요코오 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 시장은 상위 1~10위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구조"라며 "1위 점유율이 15% 안팎이라면 나머지는 소수점 단위로 순위가 나뉜다"고 말했다.

특히 ISC의 약진이 눈에 띈다. ISC는 지난해 글로벌 테스트 소켓 시장 점유율을 전년 한 자릿수에서 10%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ISC는 리노공업과 마찬가지로 전 공정을 자체 수행하는 구조를 갖춘 업체"라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도 약 35% 수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리노공업 측은 관련 조선비즈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