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석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서기관이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정 노동조합법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박수현 기자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 지 한 달, 기업을 운영하시는 사업주분들의 우려와 걱정이 큰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불확실성을 100% 해소하긴 어렵겠지만, 오늘 설명이 현장의 혼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정장석 서기관의 목소리에는 신중함과 긴장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의 핵심인 사용자성 확대와 교섭 절차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는 적지 않은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몰렸다. 개정법 시행 한 달을 맞은 현장의 가장 큰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명령했는가보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가'가 척도"

정 서기관은 이날 설명회에서 사용자 판단의 기준이 기존의 '근로계약 관계' 중심에서 '실질적 지배력'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단순히 근로조건에 영향을 준다고 해서 모두 사용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 근로조건의 범위 안에서 사용자로 본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특정 근로조건에 한해서만 교섭 책임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는 사용자성이 기업 단위로 일괄 인정되는 개념이 아니라 근로시간·임금·안전 설비 등 개별 근로조건 항목별로 나뉘어 판단될 수 있음을 뜻한다.

정부가 제시한 사용자 판단 기준은 '구조적 통제'를 중심으로 '조직적 편입'과 '경제적 종속성'을 함께 살펴보는 방식이다.

정 서기관은 "직접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세밀한 작업 지침서나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업무 방식이 사실상 결정된다면 이는 구조적 통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원청의 생산 계획에 따라 하청의 작업 시간이 사실상 확정되거나 물류 차량의 출발 시각에 맞춰 하청 근로자의 업무량이 연동되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더해 하청업체가 원청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 공정을 이루며 운영되는 경우는 '조직적 편입', 매출 대부분을 원청에 의존하거나 거래처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는 경우는 '경제적 종속성' 판단 요소로 작용한다.

또 물량 도급이나 납품형 외주처럼 원청 사업장 밖에서 독립된 설비를 갖추고 생산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구조적 통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덧붙였다. 구내식당 이용 시간 준수나 출입 보안 관리처럼 일반적 사업장 관리 수준의 지시 역시 사용자성 판단 요소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임금은 원칙적으로 하청 책임…단가 통제 시 예외

현장에서 가장 관심이 모인 분야는 임금 문제였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임금은 하청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계약 관계에서 형성되는 만큼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예외는 존재한다.

정 서기관은 "인건비 단가나 임금 인상률 등이 원청의 납품 단가 구조 안에서 사실상 설계되는 경우라면 사용자성 판단에서 함께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 자체보다 '임금을 결정하는 구조'에 대한 통제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우려하는 지점 중 또 하나는 원청이 교섭에 응하는 것 자체가 불법 파견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정 서기관은 선을 그었다. 그는 "노조법상 사용자 판단은 단체교섭 의무에 관한 문제이고, 파견법상 사용자 판단은 사용 종속 관계에 관한 문제"라며 "계약 외 사용자가 교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자료를 주고받거나 합의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 파견의 증표로 고려되지 않도록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섭 요구 받으면 '7일 공고'부터 시작해야

교섭 절차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실무 포인트는 '공고'다. 정 서기관은 "원청과 하청 노조 간 교섭에도 기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그대로 적용된다"며 "이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원청은 하청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으면 접수일로부터 7일 동안 사내 게시판과 전산망, 휴게 공간 등 하청 근로자가 확인할 수 있는 장소에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특히 사용자성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면 폭넓게 공고하는 것이 절차적 하자로 교섭 무효 논란이 발생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교섭 요구가 접수됐다고 해서 곧바로 단체교섭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공고 이후 참여 노조 확인과 교섭대표노조 결정 등 이른바 창구 단일화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

반대로 하청 노조가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개별 교섭을 요구할 경우 원청은 이를 거부할 수 있으며,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고 거부하면 노동위 시정 명령…불응 시 형사 처벌 가능

정부는 제도 시행 초기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고용노동부 내 '단체교섭 판단 지원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정 서기관은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불투명할 경우 위원회 자문을 요청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만약 원청이 교섭 요구 사실 공고를 거부하면 하청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이후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인정해 공고 명령을 내렸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을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정 서기관은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의제는 의무적 교섭 사항이지만 그 외 의제는 노사 자율로 결정할 수 있다"며"결국 누가 근로시간, 임금 기준, 안전 설비 예산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을 쥐고 있느냐가 모든 판단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정 노조법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를 일괄 확대했다기보다 사용자 판단 기준을 계약 관계 중심에서 근로조건 결정 구조 중심으로 이동시킨 데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