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시장 침투를 위해 기존 제품을 참고하는 이른바 '카피캣' 전략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최근 디자인 유사성을 둘러싼 분쟁이 많아지는 데다, 일부에서 제품 모방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회사 대표가 구속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다. 소비재 업체들은 디자인 등 제품 제작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등 내부 절차를 정비에 나섰다.

일러스트=Chat GPT

30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일부 소비재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자사 제품의 모방 여부와 지식재산권(IP) 침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변리사 등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이 스타트업들은 자사 제품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출시된 유사 제품을 참고해 개발을 진행했다고 한다.

한 변리사는 "디자인·구성·사용 경험이 유사한 경우 처벌 여부나 분쟁 가능성을 점검하려는 상담 사례가 생겼다"며 "이미 제품을 출시한 업체도 침해 소지를 줄이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약 보름 전 지식재산처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가 안경·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 제품 형태를 모방한 혐의로 블루엘리펀트 설립자를 구속하면서 본격화했다. 타사 제품을 그대로 베꼈다는 이유로 구속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디자인권 등록이 없으면 처벌이 어렵다'는 인식을 뒤집었다.

2019년 블루엘리펀트를 설립한 최모 씨는 디자인 개발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젠틀몬스터 인기 상품을 직접 촬영해 해외에 있는 제조업체에 전송하는 방식으로 모방 제품을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젠틀몬스터 파우치(왼쪽)와 블루엘리펀트 파우치 모습.(젠틀몬스터제공)

이 사건으로 의류나 식품 등 소비재를 제조·판매하는 일부 스타트업과 중소 제조업체들은 사업 전략 수정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카피캣 전략을 구사한 업체와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 사이에서는 디자인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 소송을 넘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디자인 관련 심판은 특허심판원에서 매년 300~400건가량 진행될 만큼 흔한 분쟁 사유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과 중소 제조업체의 대응 전략이 과거보다 중요해졌다고 진단한다. 제품 디자인권 출원은 물론 디자인 제작 과정을 입증할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후발 업체는 개발 과정 기록과 선행 제품 조사로 일반적인 형태와 차별화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는 작업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안슬아 법무법인 대진 변호사(변리사)는 "개별 사안마다 해당 형태가 통상적인 범위인지, 창작 성과를 침해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단순 모방을 기반으로 한 사업 방식은 점차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패션·생활소비재·인테리어 제품 등 '형태 자체가 경쟁력인 시장' 전반에 경고음이 울리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최근 자문 수요를 법률 대응에서 나아가 사업 전략 변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

한 소비재 스타트업 관계자는 "출시 이후 문제가 생기면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초기 기획 단계부터 변리사 자문을 받아 유사 제품과의 차별성을 검토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디자인뿐 아니라 개발 과정 기록과 의사결정 근거를 남기는 등 내부 절차를 정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