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특화 기업집단인 OCI그룹의 핵심 계열사 유니드(014830)가 중국 법인 일부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오너 일가 중심의 지배 구조 아래 공격적인 해외 설비 투자를 이어왔지만, 중국 환경 정책 변화에 직면해서다. 향후 중장기 성장 전략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드는 지난해 9월 중국 유니드 쓰촨 신소재 유한회사 청산 절차를 결의했다.
2020년 투자를 결정한 쓰촨 법인은 알칼리성 화학물질로 배터리와 세정제, 반도체 공정 등에 사용되는 가성칼륨을 생산·판매하려고 했다. 그러나 2022년 새롭게 제정된 환경 지방조례 영향으로 투자를 취소했고, 결국 지난해부터 법인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유니드는 동양화학공업(OCI그룹) 창업주 고(故) 이회림 명예회장 3남 이화영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다. 유니드 최대 주주는 지분 25.06%를 보유한 유니드글로벌상사로, 이 회장과 그의 장남 이우일 유니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각각 지분 64.29%, 35.71%를 가지고 있다. 이 회장은 유니드글로벌상사 외에도 유니드 지분 9.34%를 보유하고 있는 등 오너 일가가 공고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3세로의 승계 구도도 공식화했다. 2023년부터 이 부회장의 3세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981년생으로 2011년 유니드에 입사한 뒤 국내 생산 기지 울산 공장 부공장장(상무)과 전략기획본부장 전무 등을 거쳐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유니드는 강력한 지배 구조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중국 사업에 공을 들였다. 2002년과 2008년 각각 중국 장쑤에 법인을 세웠다. 2020년부터 쓰촨 신소재 법인을 비롯해 상하이 기업 관리 법인, 후베이 신소재 관련 법인을 설립했다. 이곳에서 가성칼륨 등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37억7000만위안, 한화 약 7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연결 기준 유니드 매출 1조3387억원의 절반 수준을 차지했다.
문제는 의존도가 높은 중국 매출이 정책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쓰촨 신소재 유한회사 청산이 단적인 사례다. 중국 지방정부는 화학 산업에 대해 지역별 환경 기준을 별도로 만들 수 있다. 중국은 2021년 양쯔강 보호법을 시행하며 화학 공장 입지 규제를 강화했고, 화학 공장을 일반 지역에서 산업단지로 이전시키는 정책도 추진하는 등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시장에서는 이번 법인 청산 사례를 중국 사업 확대 과정에서 나타난 정책 리스크가 현실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산 중인 쓰촨 법인 자산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약 41억원 수준으로, 유니드 연결 기준 총자산(약 1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규모가 크지 않다. 다만, 현지 환경 규제 등 정책 변화에 따라 투자 계획이 중단되면서 중국 중심 사업 구조의 불확실성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룹 3세인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은 정책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니드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안정적인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도 879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만큼 현지 정책 환경 변화가 향후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기업 자문 전문 변호사는 "유니드는 아직 3세로의 경영권 지분 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너 3세가 지배력을 확보하려면 추가 지분 매입이 필요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배당 등 재무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