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오케이 레코즈 대표)가 하이브(352820)와의 주주 간 계약 해지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민 전 대표가 어도어 독립 방안을 모색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해당 논의가 하이브 동의를 전제로 이뤄졌고, 계약 기간 내 실행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계약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남인수 부장판사)는 12일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낸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청구를 기각하고,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주식 매매 대금 청구(풋옵션)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게 255억원, 신모 전 부대표에게 17억원, 김모 전 이사에게 14억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밝혔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이른바 '뉴진스 빼가기'를 계획·실행해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2024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민 전 대표는 2024년 11월 하이브에 어도어 지분에 대한 풋옵션 행사 의사를 밝히면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소송의 첫 쟁점은 민 전 대표가 어도어의 하이브 독립을 시도했는지 여부였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와의 갈등이 불거진 후 '어도어의 독립 계획'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민희진은 하이브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어도어의 독립 방안을 모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증거로 인정된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를 살펴보면 민 전 대표 측은 자신이 풋옵션을 행사하고 어도어를 나가면 어도어가 '빈껍데기'가 된다고 가정했다. 이후 가치가 하락한 어도어 지분을 외부 투자자와 협력해 하이브에 저가 매수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민 전 대표가 외부 투자자가 '뉴진스를 데리고 나오라'는 얘기도 들은 정황도 포착됐다.
재판부는 독립 시도는 사실이지만 하이브와의 주주 간 계약은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민 전 대표의 독립 구상이 하이브 동의를 전제로 이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난 진술서와 불송치 결정서 등을 근거로 삼았다. 여기에는 어도어 독립 방안 중 하나로 기업공개(IPO)를 위해 '하이브 동의를 받고 3000억원을 조달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민 전 대표의 독립 시도)가 어도어 성장 발전을 저해하거나 손실을 야기했는지 의문"이라며 "민희진 측은 여러 투자자와 접촉해 어도어 독립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이나, 모두 하이브 동의를 가정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독립 계획을 실행하는 시점도 특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의무 계약 기간인 2026년 11월 이전에 독립을 전제로 한 구상을 세우고 실행 방안을 모색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민희진이 풋옵션을 행사하고 바로 나가는 것인지, 2026년 11월에 나가는 것인지 카카오톡 내용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이탈 계획을 재직 의무기간 이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꿈은 꿨지만 선을 넘지 않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 간 계약 전제는 신뢰 관계 파탄인데, 법원이 이를 좁게 해석한 것 같다"며 "독립 시도를 계획한 것만으로는 신뢰 관계 파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해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를 주요 판단 자료로 참고한 점도 눈에 띈다"며 "재판에 제출된 불송치 결정서나 카카오톡 대화 모두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자료이고, 새 증거가 제출되거나 재판부 관점에 따라 항소심에서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브 측은 "당사의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판결문 검토 후 항소 등 향후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