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사업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사업 진출과 기술 확보를 위한 성장 전략형 M&A가 늘어나는 동시에 창업주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로 인한 사업 승계 차원의 M&A도 확산되고 있다.

◇성장동력 확보 위한 '사업 다각화형 M&A'

생활환경 에너지 기업 경동나비엔(009450)은 지난해 12월 스마트홈 전문기업 코맥스를 약 328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경동나비엔은 보일러·온수기 등 주력 제품에 코맥스의 월패드, 도어락, CCTV를 연계해 차별화된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1968년 설립된 코맥스는 월패드와 도어락 등을 전 세계 100여 개국에 공급해 온 국내 대표 스마트홈 기업이다. 경동나비엔은 이번 인수를 통해 보일러, 온수기, 제습·환기청정기, 주방기기 브랜드 '나비엔 매직'까지 연동한 통합 스마트홈 시스템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온도·환기·공기질 관리뿐 아니라 실내 보안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어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경동나비엔은 2024년 5월 SK매직으로부터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전기오븐 사업 영업권을 인수했다. 이후 3D 에어후드와 환기청정기를 더해 주방기기 브랜드 '나비엔 매직'을 선보이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본격화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중견 제약사 안국약품(001540)은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안국약품은 지난해 11월 헬스케어 스타트업 디메디코리아를 인수했다. 디메디코리아는 수면 테크 및 생활형 의료기기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으로, 이갈이 마우스피스 '고요'와 실버케어 브랜드 '바디랑'을 보유하고 있다. 안국약품은 전통 제약 중심 사업에서 헬스케어 분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안국약품은 지난해 10월에는 미래에셋캐피탈과 20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는 뷰티, 의료기기,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대상으로 국내외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박인철 안국약품 대표는 "급변하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환경을 기회로 삼아 지속 가능한 성장과 신사업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고령화·후계자 부재에 따른 '승계형 M&A'도

M&A가 성장 전략을 넘어 기업 승계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창업주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로 경영 승계가 어려운 중소·중견기업들이 매각을 통해 기업의 존속과 고용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기업 정리 차원의 '출구 전략'이 아닌, 회사를 다음 주체에게 넘기는 '존속 전략'으로 평가한다.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을 이끄는 중견 IT기업 더존비즈온(012510)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EQT파트너스에 회사를 매각한다. EQT파트너스는 지난해 11월 약 1조3000억원에 더존비즈온 최대주주 김용우 회장의 지분 22.29%와 2대 주주인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지분 14.4%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더존비즈온은 국내 ERP 시장에서 독일 SAP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 회장은 두 딸을 두고 있지만, 두 딸 모두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고 승계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딸 중 한 명은 반려동물 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김 회장이 지분 94.39%를 보유한 개인 회사 더존비앤씨티를 통해 강원도 춘천에 조성된 반려동물 테마파크 '강아지숲'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중견기업 M&A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술 확보와 사업 다각화를 위한 전략적 M&A와 함께 승계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적 M&A가 동시에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중소기업은 236만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후계자가 없는 기업은 67만5000개(28.6%)로 지속적인 경영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영진 M&A연구소 소장은 "과거에는 M&A가 대기업 중심 전략이었지만, 이제는 중소·중견기업에도 성장과 존속을 동시에 해결하는 핵심 경영 수단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사업 시너지형 M&A와 승계형 M&A가 명확히 구분되면서 시장이 더욱 세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