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기를 맞추지 못해 거래처 신뢰를 잃으면 바로 끝입니다.”

“일감이 늘었을 때 근로시간 제한으로 인력을 더 고용해야 하지만, 인건비 부담으로 인력을 더 늘리지 못합니다. 인력난 가중으로 기업 성장이 아닌 정체가 우려됩니다.”

지난 1일부터 5인 이상 30인 미만 중소기업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면서 중소기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근무 시간까지 줄면 거래처에 제품을 납품해야 하는 기한을 맞추는 게 더욱 어려워지고, 이는 경영난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남 밀양시 한 중소기업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조선DB

그동안 30인 미만 기업은 주 52시간제와 관련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계도기간을 적용받았다. 8시간 추가근로제가 시행되면서 주 60시간 근무를 활용했다. 그러나 계도기간이 2024년 종료되면서 30인 미만 기업도 지난 1일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됐다.

정부는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적용했고, 5인 이상 30인 미만 기업의 경우 지난 2년간 계도기간을 두며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현장에선 내수 부진에 최저임금·원자재값 급등 등 최악의 경영 상황 속 근로시간 단축까지 악재가 겹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30인 미만 중소기업 대부분이 거래처에 재료나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기업으로 회사 경영에 있어 납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맞추지 못하면서 거래처와의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전북 소재 자동차 부품 기업 대표는 “물량이 늘어날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주 52시간 규제로 더 힘들어졌다”며 “특히 직원이 그만두면 다시 고용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거래처와의 신뢰가 깨져 기업 경영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충남에 있는 주물(鑄物) 업체 대표는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문제는 (주 52시간제로 인한) 기업 성장 저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감이 늘었을 때 근로시간 제한으로 인력을 더 고용해야 하지만,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인력을 더 늘리지 않을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기업이 성장할 수 없고 정체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주 52시간제에 부정적 반응이다. 30인 미만 중소기업은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에 그쳐, 근로자들이 야근이나 특근을 하면서 더 많은 월급을 챙기려는 게 중소기업 현장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주 52시간제로 이러한 야근과 특근을 할 수 없어,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 생산직 근로자 2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50.7%)이 ‘급여소득 증대를 위해 근로시간을 주 52시간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주 60시간 일하면 월 300만원 초중반을 받을 수 있지만, 52시간으로 근무 시간이 줄면 월급도 약 60만~70만원 줄어든다”며 “중소기업 인력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낮은 임금인데, 이렇게 되면 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주 52시간 근로제는 중소기업 현장과 괴리가 있다”며 “노사 합의가 있다면 60시간 추가 근무가 이뤄져야 하고, 동시에 근로시간을 일감이 몰리는 시기에 맞춰 (주 단위가 아닌) 분기별 또는 반기별로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일부 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6월까지 필요 시 추가적으로 3개월 시정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