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 시동을 걸었다.

조동길(69) 한솔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성민(36) 한솔홀딩스(004150) 부사장은 그룹 전략을, 조 회장의 맏사위 한경록(45) 대표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솔제지(213500)의 경영을 맡았다.

그래픽=손민균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범삼성가(家) 한솔그룹이 최근 2년 새 조동길 회장 아래 아들과 사위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조 회장이 한솔그룹을 이끈지 약 22년 만이다.

조 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장녀인 고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의 삼남으로, 이 고문을 이어 2002년 한솔그룹 회장에 올랐다.

◇장남은 그룹 전략 기획, 사위는 핵심 계열사 경영

이런 상황에서 조성민 부사장은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약 10억원을 들여 그룹 지주사인 한솔홀딩스 주식 42만주를 매입했다. 그 결과 조 부사장의 한솔홀딩스 지분율은 3%에서 4%로 늘었다.

주식 매입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업계는 이번 조 부사장의 지분 매입을 ‘3세 승계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조 부사장은 자산운용사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16년 한솔홀딩스에 입사했다. 2019년 한솔제지로 자리를 옮겼고, 2021년 임원으로 승진하며 한솔제지의 친환경 사업을 주도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한솔홀딩스 부사장에 올랐고, 현재 부친인 조 회장 아래서 그룹 기획, 전략을 맡고 있다.

한경록 한솔제지 대표. /한솔그룹 제공

조 회장의 사위인 한경록 대표는 지난달 1일 한솔제지 인쇄·감열지 사업본부장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시장에선 조 회장의 장남이 한솔홀딩스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위가 장남을 제치고 핵심 계열사 대표에 오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조 부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한솔홀딩스에서 그룹 전략을 짜는 등 조 회장과 그룹 전체를 컨트롤하고, 한 대표는 핵심 계열사 대표로 조 회장과 한 부사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외국계 금융사, 한국투자공사 등 글로벌 금융·투자 분야에서 일하던 한 대표는 지난 2014년 한솔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그룹 내에서 전략, 마케팅, 해외 비즈니스 등을 맡았다.

조 회장의 장녀이자 한 대표의 아내인 조나영(41)씨는 현재 한솔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조씨는 삼성 리움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한 바있다. 한 대표와 그의 아내 조씨는 현재 한솔홀딩스 지분도 없다.

◇4%로 낮은 지분율, 실적 개선은 과제

한솔그룹은 지주사인 한솔홀딩스를 통해 한솔제지를 비롯해 한솔테크닉스(004710), 한솔로지스틱스(009180), 한솔홈데코, 한솔페이퍼텍, 한솔피엔에스 등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조 회장은 한솔홀딩스 지분 17.2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조 부사장은 지분 4%를 보유하고 있다. 조 부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선 4%로 낮은 지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현재로선 조 부사장이 자금을 마련해 한솔홀딩스 주식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또는 비상장사를 활용한 지분 매입 방식이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조성민 부사장의 지분율이 높은 비상장사가 있거나, 그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그룹 상장사와 합병하는 방식을 활용해 한솔홀딩스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조 부사장이 지분을 대거 보유한 회사는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룹 주요 계열사 실적 반등도 미래 한솔그룹을 이끌 조 부사장의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63% 급감한 한솔제지는 올해도 실적 하락세를 겪고 있다. 한솔제지는 올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이 1조6532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47억원으로 6.9% 감소했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한솔로지스틱스는 매출 5161억원, 영업이익 187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각각 5.4%, 24% 줄었다. 같은 기간 한솔테크닉스의 매출(8750억원)과 영업이익(322억원)도 각각 15.1%, 38.5%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