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지상파 방송, 네이버(NAVER(035420))와 손잡는 등 국내 시청자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내년 토종 OTT 연합군인 티빙-웨이브 합병 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국내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업계를 종합해 보면, 넷플릭스는 최근 SBS(034120)와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드라마, 예능, 교양 등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내년 1월부터다. 여기에는 ‘런닝맨’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인기 예능, ‘펜트하우스’ 같은 히트 드라마가 포함된다. 내년 하반기 SBS 신작 드라마 중 일부는 선택적으로 전 세계 동시 공개된다.
SBS는 ‘콘텐츠의 글로벌화’가 가능해지고, 넷플릭스는 한국 OTT를 경계하면서 동시에 폭넓은 콘텐츠 확보가 가능해져 윈윈(win-win)인 제휴라는 해석이 나온다. 넷플릭스 투자에 힘입어 현재 연간 10편 미만으로 떨어진 SBS의 드라마 제작 편수도 내년부터 최소 13편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26일부터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용자들에게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더드 요금제(월 5500원)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티빙과 내년 3월 1일 자로 멤버십 제휴 종료를 앞둔 네이버가 티빙 대신 넷플릭스와 손잡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독자 정체를 겪고 있는 넷플릭스가 광고 요금제를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이어 이처럼 다양한 외부 파트너십을 통해 상시로 접속해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네이버와 협업을 통해 비용은 낮추고, 계속 접속해야 할 이유를 지상파 콘텐츠를 통해 채워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넷플릭스는 대작 중심의 비일상적 콘텐츠를 다루는 구독 플랫폼을 뛰어넘어 유튜브처럼 영상 소비를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영향력을 전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움직임은 내년 대대적으로 대작 공개를 앞두고 있는 디즈니플러스에서도 포착된다. MBC와 손잡고 지난 22일부터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인 ‘무빙’을 지상파로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무빙은 디즈니플러스의 최대 히트작 중 하나다.
지상파 3사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다양한 OTT 플랫폼과 손잡는 것은 해당 콘텐츠를 국내 유통하며 월 활성 사용자 수(MAU) 400만명 선을 유지해 온 웨이브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지상파 3사는 웨이브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지상파 3사가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과 경쟁하는 대신 콘텐츠 영향력을 늘리는 선택지를 택한 것이다. 이는 넷플릭스 의존도를 점점 더 키울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내년 출범할 것으로 전망되는 티빙-웨이브 통합법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현재 티빙은 프로야구 중계, 모바일에 최적화된 ‘쇼츠(짧은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하며 넷플릭스와 경쟁 구도를 이어 나가고 있다. 여기에 합병 효과까지 더해지면 웨이브의 지상파 콘텐츠 대부분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미디어 업계 전문가는 “플랫폼 2개가 합쳐진다고 사용자가 2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면서 “방송사 등 콘텐츠 사업자는 글로벌 유통 등 ‘확장성’ 측면에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만큼 내년부터 플랫폼 간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MAU는 넷플릭스가 1160만명으로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티빙이 730만명, 쿠팡플레이가 630만명, 웨이브는 425만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260만명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