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분위기에 기업들이 마케팅 예산 효율화에 나서면서 광고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국내 10위권에 포함됐던 종합 광고대행사 디블렌트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회생 절차를 밟게 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기술을 입어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옥외광고 시장만은 온기가 돌고 있어 주목된다.
27일 한국지방재정공제회가 발간한 ‘2023 옥외광고통계’를 보면, 국내 옥외광고 시장은 4조2000억원(2022년 기준) 규모로 나타났다.
옥외광고 시장은 디지털과 결합하면서 2017년 이래 연평균 성장률(CAGR) 7.3%를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22년 디지털 옥외광고 시장은 1조2000억원으로 그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세계적으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7년 글로벌 디지털 옥외광고 시장은 166억달러(약 24조원)로 2020년 대비 약 2배 성장할 전망이다.
그동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방향 광고를 노출, 타깃팅은 물론 성과 측정이 어려웠던 옥외광고는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를 맞아 프로그래매틱 기술과 만나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프로그래매틱 기술은 광고 구매자와 판매자를 자동으로 연결, 타깃을 설정하고 적합한 장소·시간에 맞추어 광고를 노출하게 한다. 머신러닝(기계학습)과 빅데이터 분석 같은 기술을 적용해서다.
모바일이나 웹과 달리 옥외광고에 적용했을 땐 1 대 다수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대형 스크린은 물론 세로형·곡선형 등 다양한 형태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등장한 것도 눈길을 끌게 한 요인 중 하나다.
광고주 입장에선 이런 디지털 방식의 옥외광고가 실시간으로 광고 수정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광고비 지출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매체라는 인식이 획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옥외광고의 치명적 약점으로 꼽히던 타깃팅과 성과 측정이 가능해지면서 다른 광고 매체와 연계한 캠페인 전개가 가능해진 점도 이유다.
보행자의 시선 움직임으로 광고 주목도를 확인하는 ‘시선 추적 분석 기술’,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특정 장소에 유입된 이용자를 감지, 맞춤형 광고를 송출하는 ‘지오펜싱’, 날씨·온도·교통 상황 등 조건에 따라 광고 소재를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DCO’ 기술 등이 적용된 덕이다.
여기에 정부가 서울 명동과 광화문, 부산 해운대 일대를 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한 점도 호재다.
자유표시구역은 광고물의 모양, 크기, 색깔, 설치 방법 등 규제를 완화해 옥외 광고물의 자유로운 설치를 허용하는 곳이다.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영국 런던의 피카딜리서커스, 일본 오사카의 도톤보리 등이 유명하다. 한국에는 지난 2016년 강남 코엑스가 1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디지털 옥외광고 시장의 성장세에 따라 기존 광고회사들은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대차(005380) 계열 종합 광고대행사 이노션(214320)은 강남(더 몬테 강남), 반포(신세계 강남 센트럴시티), 여의도(IFC몰), 명동(신세계스퀘어) 등 주요 권역에 매체 운영권을 확보한 것에 힘입어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중구’ 운영 사업자로 선정됐다. 롯데 계열 대홍기획(중구), 디엠씨미디어(해운대구) 등도 이름을 올렸다.
스타트업 중에선 이동형 디지털 옥외광고 매체를 내세운 디샤인, ADDD 같은 곳이 있다. 프로그래매틱 디지털 옥외광고 운영사인 인피니트씨는 지하철 역사, 전광판, 편의점 등 수도권 중심으로 약 5200개 광고 지면을 보유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CJ ENM(035760) 계열 메조미디어는 최근 트렌드 리포트에서 “디지털 옥외광고는 대형 화면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재미를 주는 데다 관심사나 이동 동선에 따라 맞춤 광고를 송출할 수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광고 매체를 이처럼 적절하게 융합한다면, 광고 피로도는 낮추면서 전환율(유도된 행위를 한 소비자 비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옥외광고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옥외광고를 보고 구매 행동을 취했다고 응답한 소비자의 비율이 76%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