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초기 핀테크 기업들의 싱가포르, 일본, 캐나다 진출 등에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채성민 제2서울핀테크랩 센터장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제2서울핀테크랩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면서 글로벌 진출 본격화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제2서울핀테크랩은 서울시가 지난해 1월 설립한 디지털 금융 스타트업 지원기관이다. 올해 2년 차를 맞은 제2서울핀테크렙은 창업 3년 이내 초기 핀테크 기업 61개사를 지원했다. 전문가 멘토링은 물론 데모데이, 해외 전시 참가, 투자 유치, 마케팅, 해외 진출 지원 등이 핵심이다.
이 기업들은 95억원의 투자유치, 133명의 고용 창출을 달성하고, 89건의 지식재산권을 확보했다. 매출도 전년 대비 28%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채 센터장은 투자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채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주로 초기 핀테크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안다.
“기업에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금 유치다. 대출은 빌린 돈을 상환해야 하고, 투자는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에 사업 완성도가 낮은 초기 기업의 경우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게 가장 좋을 수 있다. ‘자금 테크트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현 사업과 어울릴 만한 정부 지원금을 매칭하고, 실제 유치까지 이어지도록 돕는다.”
―핀테크 기업은 규제도 큰 문제 아닌가.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시켜주는) 규제 샌드박스 신청에 필요한 내용을 컨설팅한다든가, 규제와 상관없이 사업할 수 있는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일도 한다.”
―규제 때문에 해외로 나간 사례가 있나.
“가상자산 적립식 투자 설루션을 제공 중인 ‘업루트컴퍼니’라는 곳이 있다. 일정 기간 특정 자산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DCA(Dollar Cost Averaging) 방식을 택하고 있는 이곳은 원래 수익에서 수수료를 취하는 사업모델을 염두에 두었으나 국내에서 이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설루션 제공에 대한 구독료만 취할 수 있는 상태다. 이에 해당 사업모델을 오롯이 실현하기 위해 최근 페루에 진출했다.”
―핀테크 업체는 얼핏 유사 아이템이 많은 것 같다. 어떤 기업을 선발해, 육성하나.
“투자자뿐 아니라 금융당국, 금융권 관계자도 스타트업 선발 과정에 참여한다. 초기 핀테크 업체는 당장 사업모델이 어색하거나 엉성하게 느껴지더라도 제도권과의 협업 레퍼런스, 자금 유치 등이 더해졌을 경우 고속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 가능성이 있는지를 전문가들이 함께 살핀다. 또 유사 선행업체가 규제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대표의 생각을 반드시 묻는다.”
―다양한 외부 파트너와도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데.
“작년부터 올해까진 사업 방향성을 가다듬는 시기였다면, 내년부터는 성과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DB캐피탈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인슈어테크(보험+기술) 포트폴리오사 등과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핀테크 강국인 중국의 텐센트와도 MOU를 준비하고 있다. 북미 진출의 교두보로 캐나다 대사관과도 사업을 연계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2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우리 핀테크 기업들의 캐나다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진출 계획은.
“아시아 쪽에서는 싱가포르와 일본을 눈여겨 보고 있다. 두 곳 모두 한국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우호적인 곳이다. 내년 입주사들과 싱가포르에 나가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현지 최대 규모의 민간 액셀러레이터인 크루(Creww)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 혹한기다. 내년 전망 어떻게 보나.
“지금 국내 주식 시장 자체가 좋지 않다. 프리 IPO(기업공개) 단계에서 상장할 만한 기업에 투자해 IPO를 시키는 투자자들이 매기는 기업가치가 낮아지고 있다. 예전 기준으로 투자했다가는 손실을 보기 때문에 아예 지갑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위에서부터 자금이 잠기니 밑으로 돈이 돌 수가 없다. 내년에도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 투자를 받더라도 과거 대비 훨씬 더 낮은 가치로, 적은 금액을 받는 식이 될 거다.”
―핀테크만 놓고 보면 어떨까.
“마찬가지로 전망이 밝지는 않지만, 가상자산, 블록체인 같은 일부 비즈니스는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새 정부 출범, 국내 정치적 리스크 등에 따라 달러 가치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는 활발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