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성 보조금 정책은 시장을 왜곡하고, 오히려 중소기업의 역동성을 해친다. 연구개발(R&D) 지원을 중심으로 한 성장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국내 숙박 및 음식점업 기업 10곳 중 1곳은 식물기업으로 조사됐다.”(이서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한국경제학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한국경제 역동성 제고를 위한 중소벤처기업 정책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선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률 하락과 기업 간 양극화 심화 속 중소기업 정책 전략이 논의됐다. 경제학 관련 교수와 연구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경제 역동성 제고를 위한 중소벤처기업 정책 컨퍼런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제공

축사로 나선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한국경제의 당면 과제는 저출산 등 인구구조 변화, 대기업·중소기업 간 양극화 확대, 국가 간 교역 위축 등 글로벌 환경변화에 있다”며 중소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스타트업 혁신 성장, 신산업 스케일업, 글로벌 진출, 소상공인 위기 극복 등 핵심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중소기업의 역동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혁이 짧은 젊은 중소기업의 성장이 중요한데, 최근 10년 동안 이런 기업의 시장 퇴출이 늘고 있다”며 “창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이후 지속성장할 수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해 시장 진입을 돕는 형태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기업 활동을 증가시키지만, 이 기업들이 문을 닫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며 “연구개발(R&D) 지원을 중심으로 한 성장 정책으로 전환해 젊은 중소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복지성 보조금 정책은 시장을 왜곡하고, 오히려 중소기업의 역동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이후 정책금융, R&D, 식물기업과 한계기업 등 중소기업 성장과 관련 다양한 발표가 이어졌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개인사업자 금융지원 정책의 효과 분석’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소상공인 개인사업자에게 제공된 저금리 정책금융이 매출액·고용인원 증대와 폐업 방지 효과에 긍정적 효과를 주는 동시에, 사업주의 신용도와 부채 부담 측면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당경쟁 지역과 취약 신용 사업주에 대한 차별화된 정책적 접근과 폐업 지원과 채무조정제도를 보완해 정책금융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의 이중적 디커플링’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재성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책금융 효과성 제고를 위해 시장실패 보완형과 시장형 금융지원과 같은 이원화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홍운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역 중소기업 R&D 활동의 현황과 성과’라는 주제 발표에서 “중소기업의 성장과 발전에서 R&D 활동이 매우 중요하나 수도권과 비수도권 중소기업의 R&D 활동 격차가 커지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제공

국내 중소기업 내 식물기업과 한계기업의 현황과 대응 방안도 제기됐다.

이서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숙박 및 음식점업 기업 10곳 중 1곳은 식물기업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중소기업통합관리시스템(SIMS) 데이터 기반 식물기업화율 지수 개발’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2017~2022년의 SIMS 데이터를 활용해 식물기업화율을 계산한 결과, 2022년 기준 숙박 및 음식점업 기업 중 10.6%가 식물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식물기업을 당해년도에 휴업 또는 폐업했거나, 매출액이 하위 0.5% 이하 또는 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이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의 식물기업화율도 9.7%로 비중이 높았고, 운수 및 창고업(4.0%), 금융 및 보험업(4.1%), 광업(4.9%), 건설업(5.0%) 등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시기 이후 폐업률은 계속 하락했지만, 식물기업화율은 코로나19 시기와 유사하거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송단비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내 급증하는 한계기업을 주목했다. 송 부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은 높은 부채비율, 낮은 생산성, 혁신역량 부족 등의 특성을 가지며 이들의 증가는 기업별 역량 저하(기업 내 효과)와 기업 간 비효율적 자원배분(기업간 효과)을 통해 산업 생산성을 저해할 우려가 높다”며 “한계기업 유입 최소화를 위한 사업전환 및 재편 활성화 등 선제적 대응과 경영 컨설팅을 통한 한계기업의 정상화, 인수합병(M&A), 시장 퇴출 등 사후적 대응 등 투트랙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컨퍼런스를 공동 주최한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조주현 원장은 “향후에도 데이터 중심의 정책 논의의 장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스케일업을 위한 정책 추진 여건을 견인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