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 보편적 관세 부과 시 한국은 수출 저하, 투자 위축 등으로 성장률이 약 1%포인트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대외 충격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리스크가 우려된다.”(엄부영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정부는 중소기업 충격 완화를 위해 금융·통상·산업 등 3대 협의체를 두고 대응하겠다. 동시에 동남아, 유럽 등으로 수출국 다변화에 나서겠다.”(김정주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전략기획관)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19일 서울 여의도 루나미엘레 파크뷰홀에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 및 대응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 5일 치러진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 중심주의 성향으로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중소·벤처기업의 관세 장벽과 가격 경쟁력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과 교역을 축소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중국 상품에 대한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강조했고,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상품에도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했다.
세미나 발제자로 나선 엄부영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특히 대중 중간재 의존도가 높고 대외 충격에 취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리스크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 연구위원은 “미국의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는 중국의 대미국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중국의 한국산 중간재 수요가 줄어드는 부정적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엄 연구위원은 또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보편 관세 부과 시 미국 시장 내 반도체, 자동차 분야 중소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 고관세 부과로 한국의 단기적 반사이익이 기대되지만, 오히려 미국의 대중 규제 강화로 중국의 과잉생산 물량이 국내는 물론 아시아 시장으로 저가 유입돼 경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전 세계 중국발 공급과잉’을 우려했다. 조 원장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으로 저가 중국산 제품이 전 세계를 휩쓸 수 있어, 한국 중소기업과 중국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또한 “대기업의 수출 감소로 인한 대기업에 부품 등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수출 감소도 전망된다”며 “오히려 중소기업의 직접적인 수출 감소보다 중소기업의 대기업발 간접 수출 감소 부분이 클 수도 있다”고 했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실장 역시 관세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한국 기업의 수출 감소를 우려했다.
발제에 나선 김 실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이 지닌 대세계 무역수지 적자와 이로 인한 미국 내 일자리 감소 문제를 개선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미국은 대중 관세로 인한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상대적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제3국을 통한 중국 부가가치의 대미 간접 수출은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멕시코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동아시아 3국(한국, 일본, 대만)의 중국 부가가치 간접 수출액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일본, 캐나다, 아일랜드에 이어 미국의 8번째 무역 적자국이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444억달러(약 61조9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 올해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실장은 “대미 대규모 무역흑자국들이 대부분 무역협정 체결국이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도 보편 관세 시행 국가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보편 관세 부과 시(한국 20%, 중국 60%) 최악의 경우 한국의 총수출액은 최대 448억달러(약 62조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정부의 대응 방안도 발표됐다. 김정주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전략기획관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을 최대 수출국으로 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전략기획관은 또한 “정부는 중소기업의 충격 완화를 위해 금융, 통상, 산업 등 ‘3대 협의체’를 두고 대응하겠다”며 “동남아, 유럽 등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하고, 유망 테크 기업도 적극 육성해 해외 진출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