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농작업 트랙터로 세계 1위 농기계 기업 존디어와 한판 붙겠습니다.”
지난 13일 전북 김제에 있는 한 농경지. 소형 자동차만 한 크기의 대동(000490)의 ‘무인 농작업 트랙터’ 시현 행사가 열렸다. 직원이 스위치를 켜자 트랙터가 자동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트랙터에 사람은 타고 있지 않았다.
비전 센서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이 트랙터는 스스로 농경지를 인식하고 작업했다. 트랙터는 장애물도 인지하고 멈출 수 있다. 농경지 끝 쪽에 다다르자 방향을 바꿔가며 작업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날은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땅을 다지는 로터리 작업이 진행됐다.
대동은 이날 시현한 무인 농작업 트랙터가 농기계 자율작업 4.5단계 기술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4단계부터 사람 없이 무인 작업이 가능하고, 5단계는 AI 기반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학습해 스스로 농기계를 가동한다.
박화범 대동 AI기술개발팀장은 “대동은 현재 5단계 기술을 확보했고, 이번에 개발, 시현한 무인 농작업 트랙터는 AI 기술이 적용된 5단계 바로 앞의 기술을 지녔다”며 “자율 농작업을 위한 농업 환경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학습시켜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동은 지난 5월 ‘농기계의 자율 로봇화’를 위해 AI 로봇 전문 계열사 대동에이아이랩도 설립했다.
◇2026년 무인 농작업 트랙터 출시, 세계 1위 존디어와 경쟁
대동은 무인 농작업 트랙터를 2026년 출시할 계획이다. 가격은 1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내년 이 트랙터에 대한 북미 실증에 들어간다. 북미는 세계에서 가장 큰 농기계 시장으로, 존디어가 장악하고 있다. 북미는 해외 매출 비중이 67%인 대동의 핵심 시장이기도 하다.
대동은 무인 농작업 트랙터를 출시하며 2027년 이후 본격화될 무인 농기계 시장에서 존디어와 경쟁해 이기겠다는 큰 목표를 갖고 있다. 혁신적인 전기차 기술로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을 바꾼 테슬라처럼 자율 트랙터로 농기계 시장의 판을 바꾸는 이른바 ‘농(農)슬라(농기구+테슬라)’가 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회사 매출 규모를 보면, 존디어(612억5100만달러·약 86조원)는 대동(1조4300억원)보다 약 60배 크다.
존디어도 비전 센서, AI 기술을 중심으로 자율 트랙터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농기계 자율작업 5단계 기술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에 꾸준히 참가하며 자율 농기계를 소개하고 있다. 빠르면 2028년 대동과 존디어가 자율 트랙터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란 분석이다.
최준기 대동에이아이랩 대표는 “시장에 획기적인 기술이 나오면 큰 폭의 변화가 일어난다”며 “현재 그 기술이 AI이고,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미래 자율 농기계 시장에서 대동이 현 시장 구도를 뒤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동은 ‘자율주행 운반 로봇’도 선보였다. 이 운반 로봇도 대동 ‘농기계의 자율 로봇화’ 전략의 일환이다. 과수원 등에 배치돼 작업자를 따라다니며 과일을 자동으로 운반하는 로봇으로, 내년 3월 출시할 예정이다.
◇1억 넘는 고가 농기계...가격 낮추는 것이 관건
문제는 가격이다. 앞서 무인 농작업 트랙터도 1억원이 넘는 고가인데, 자율주행 운반 로봇도 판매가격이 약 1800만원으로 예상된다. 대동은 정부에 운반 로봇과 관련 자율주행 추종 신기술 인증을 신청했고, 이를 통해 농가가 이 로봇을 살 때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 농기구 보조금 폭을 늘려 1000만~1300만원까지 가격을 낮추려고 한다.
대동의 농업 로봇 개발 계열사 대동로보틱스의 탁양호 로봇설계개발팀장은 “농기계는 자동차처럼 대량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며 “대동의 기술 개발에 정부의 지원을 더해 인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 문제를 겪고 있는 농가에 더 많은 자율 농기계를 보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