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법적으로 대표이사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원천 봉쇄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상법상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정하는 것이 원칙인데, 하이브(352820)가 어도어 이사회 이사들에게 ‘민희진 대표이사 재선임 건’에 찬성할 것을 지시해야 한다는 민 전 대표의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사들이 지시를 어길 경우 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를 선임해서라도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민 전 대표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 전 대표가 이런 가처분을 신청한 배경은 하이브와 맺은 주주 간 계약이 근거다. 주주 간 계약을 위반한 적이 없기 때문에 대표이사 임기를 보장한 주주 간 계약은 유효하며,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들을 강제해서라도 대표에 재선임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양 측은 주주 간 계약 해지의 위법성을 두고 소송 중이다. 법조계에선 대표이사 선임 절차는 주주 간 계약 유효성과 별개이기 때문에 이번 가처분으로 사실상 민 전 대표가 법적으로 복귀할 방법이 막힌 셈이라고 해석한다.

그래픽=손민균

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의 가처분 결정문을 보면, 재판부는 하이브가 이사들에게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지시하더라도 어도어 이사들은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에 따라 안건에 관한 찬반을 판단, 결정해야 한다며 민 전 대표 측의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어도어 이사가 하이브 지시에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있거나 귀속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하이브가 지시에 응하지 않는 이사를 해임하고 이사를 새로 선임할 의무도 없다고 판시했다.

어도어 이사회 이사들이 민 전 대표를 재선임할 필요성을 느껴 해당 절차를 밟기 전에는 복귀가 불가능해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주주 간 계약 본안소송 결과 민 전 대표 측 주장대로 하이브의 주주 간 계약 해지가 위법해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더라도 대표이사 재선임 의결권을 강제할 수 있는 권리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도 판시했다.

그래픽=손민균

하이브는 지난 7월 8일 ‘채권자(민 전 대표)가 주주 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해 주주 간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 관계를 파괴했고, 이로 인해 주주 간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이를 해지한다’고 통지했다.

민 전 대표 측은 7월 11일 “주주 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한 적이 없으므로 채무자(하이브)에게 주주 간 계약상 해지권이 인정되지 않고, 오히려 채무자가 주주 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회신했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는 “대표이사 선임 절차는 주주 간 계약과 별개다”라면서 “만약 주주 간 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결론 났을 경우 위법한 계약 해지로 인한 피해를 민 전 대표가 하이브 측에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민 전 대표에게는 어도어에 PD로 남아 뉴진스의 제작 업무를 지속할지 여부만이 선택지로 남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이어질 법적 분쟁 과정에서도 민 전 대표의 입지가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 전 대표 측은 지난달 29일 이런 법원의 가처분 각하 결정에도 “하이브와 민 전 대표가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30일 어도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재선임을 재차 요구했다.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