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조원 규모의 리사이클링 전문 기업 DS단석(017860) ‘형제 경영 승계’ 백기사로 나섰던 스톤브릿지캐피탈이 이 회사 보유 지분을 대량 처분하면서 한승욱(66) DS단석 회장 등 오너 일가가 회사 지배력을 강화했다.
내년 창립 60주년을 맞는 DS단석은 지난해 매출 1조704억원을 기록한 ‘알짜’ 중견기업이다. 폐식용유 등으로 수송용 연료를 제조하는 바이오에너지와 배터리 및 플라스틱 리사이클 사업을 하고 있다.
◇경영권 兄 한구재→弟 한승욱으로 “형제 경영 승계”
DS단석은 고(故) 한주일 창업주의 차남인 한승욱 회장이 이끌고 있다. 한 회장은 이 회사 지분 36.4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사실 2020년까지만 해도 DS단석의 최대주주는 한승욱 회장의 친형인 한구재 전 회장이었다. 그러나 회사 실제 경영은 한승욱 회장이 맡아왔다. 지난 2012년 한승욱 회장이 한구재 전 회장으로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이어받은 이후부터다. 한승욱 회장은 연구개발(R&D)은 물론 기획, 생산, 영업 등 DS단석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 2018년에는 회장으로 취임했고, 한구재 전 회장은 대외 활동에 집중했다.
DS단석은 2021년 ‘한구재(형)→한승욱(동생)’으로 이어지는 경영 승계를 위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톤브릿지캐피탈을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였다.
스톤브릿지는 한구재 전 회장과 그의 아들 등 일가가 보유한 DS단석 지분 61%를 인수했다. 특히 인수한 지분 대부분을 의결권 없는 우선주로 전환해 한승욱 회장 일가의 경영 승계를 도왔다. 기업 승계 백기사 역할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승욱 회장 일가는 DS단석 지분 40.64%를 확보했다. 한승욱 회장은 DS단석 최대주주(지분 36.44%)로 등극했고, 그의 아들인 한수현(35) DS단석 미래경영본부 상무는 DS단석 지분 4.20%를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엑시트(exit)에 성공한 한구재 전 회장은 DS단석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시장에선 한승욱 회장의 DS단석 경영권 강화는 물론 향후 3세 승계를 위한 밑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장남 한수현 상무는 DS단석 바이오에너지사업부 실장 등을 거친 후 현재 경영기획을 총괄하고 있고, 한승욱 회장의 딸인 한지희(34)씨는 DS단석의 식용유 제조 계열사 하이브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DS단석은 경영 효율 차원에서 계열사 사업 조정에 나서고 있다. DS단석은 DS첨단소재(플라스틱 가공), DS이앤이(플라스틱 원료 제조), 하이브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고, 이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위해 합병 등을 준비하고 있다.
◇주가 73% 폭락…한승욱 회장 독단 경영 우려도
장남의 엑시트(exit)를 도운 스톤브릿지는 2년여만에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2021년 말 약 800억원을 투자해 DS단석 한구재 전 회장 등의 지분을 매입한 스톤브릿지는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세 차례 이 회사 보유 지분 일부를 대량 처분하며 약 1800억원을 회수했다. 2021년 말 투자한 원금의 두 배가 넘는다.
스톤브릿지는 현재 DS단석 지분 11.01%를 보유한, 한승욱 회장에 이어 2대 주주다.
하지만 스톤브릿지가 DS단석 주식을 처분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해 12월 DS단석 코스피 상장 당시 스톤브릿지의 상장 후 자발적 의무보유(보호예수)가 해제되면서 투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물량이 쏟아지는 오버행 이슈 영향이 컸다.
올해 1월 초 29만원대를 기록했던 DS단석 주가는 10월 30일 7만8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초와 비교해 무려 73% 주가가 폭락했다.
시장에선 한승욱 회장은 경영권을 강화하고 이를 도운 백기사 스톤브릿지는 1000억원에 달하는 이득을 취했지만, 개인 투자자는 큰 손해를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회장의 독단 경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지배구조 전문 컨설팅 기업 머로우소달리 한국법인 정상엽 대표는 “DS단석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그리고 백기사의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다른 주주들이 대주주의 의사결정을 비토(반대)하거나 견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이사회를 보다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DS단석 관계자는 “2021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매해 발행하며 지배구조는 물론 환경, 사회를 고려한 ESG 경영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