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걸고 키운 회사가 점점 늙어가고 있습니다. 젊은층이 사라지고 있고, 이제 회사의 미래 지속성을 고민해야 할 정도입니다.”

최근 만난 중소 제조기업 삼천리금속 조현익 사장이 털어놓은 이야기다. 1973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직원 약 85명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인력의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으로 고령화됐다. 20대 직원은 없고, 30대 직원은 10%도 안 된다. 조 사장은 “인력 고령화로 생산성 저하는 물론 기업의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의 인력 구조가 고령화되고 있다. 특히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근로자 평균연령은 크게 증가하고 있고, 고령 근로자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직원 고령화로 인한 인건비 증가와 생산성 저하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픽=정서희

23일 KDB미래전략연구소의 ‘기업 인력 고령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근로자 5~9인 규모의 기업 평균연령은 3.5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근로자 500인 이상을 둔 기업의 평균연령 증가폭은 2.3세였다. 5~9인 기업과 500인 이상 기업의 최근 10년 평균연령 증가폭 차이는 1.2세였다.

또한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현재 근무하는 직원 중 45세 이상 중고령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5~9인 규모의 기업의 45세 이상 근로자 비중은 53%로 가장 높았고, 10~29인 기업은 52%, 100~299인 기업은 44%, 500인 이상 기업은 34%였다.

반면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젊은층의 비율은 높았다. 5~9인 기업의 20~39세 근로자 비중은 34%로 가장 낮았고, 10~29인 기업은 36%, 100~299인 기업은 42%, 500인 이상은 50%였다.

문제는 직원 고령화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연공서열식 임금구조가 보편화된 국내 상황에서 고임금층인 40~50대 근로자가 늘어나는 것에 따른 영향이다. 이는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에 해당된다. 2013년 대비 지난해 월임금총액 증가분을 보면, 40~44세(141만8000원), 45~49세(137만2000원), 50~54세(136만1000원), 35~39세(131만3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고령 근로자 증가는 생산성 하락 요인으로도 꼽힌다. 건강, 경험, 인지능력 등의 영향으로 노동생산성은 일반적으로 40대 전후를 정점으로 하락한다. 특히 고령화 정도가 심한 중소기업의 생산성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양서영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 제조 분야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수준은 30.2%(2021년 기준)에 불과한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격차가 가장 큰 수준”이라며 “디지털, 첨단기술 확산 시 중소기업 고령 인력의 생산성 하락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고령화로 국내 중소기업 인력 구조가 20~30대는 줄고, 40~50대가 늘어나는 역(逆)피라미드형으로 바뀌고 있다”며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젊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인력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