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예약한 골프 라운딩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 회식 중. 골프백은 연습장에 있는데 어떡하지?”

“이번 여행에선 사진을 많이 찍고 싶은데. 이 많은 짐을 들고 갈 순 없고 대신 배송해 주는 서비스는 없나?”

골프 약속을 앞두고 골프백을 찾아와야 하는 직장인이나 자차가 없는 여대생의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스타트업이 있다. 2020년 설립된 ‘꾼’이다. 이 회사는 고객이 있는 자리에서 원하는 곳으로 짐을 운반하는 ‘돌돌’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앱으로 주문하면 1시간 안에 픽업해 2시간(도시 내) 이내 배송해 준다. 전국 단위로도 6시간 내 배송을 완료한다. 자차 없는 여행객뿐 아니라 출장족이나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다.

펀드매니저 출신의 심병찬 대표는 고객이 있는 자리에서 원하는 곳으로 짐을 운반하는 ‘돌돌’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꾼

배송을 전기 화물차가 맡는 것이 유사 서비스와의 차이점이다. 심병찬 대표는 “다른 서비스는 차량 없이 주선만 하거나 차량도 기존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돌돌은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운송사로, 저렴한 운영비가 장점인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전기차는 충전료가 저렴해 내연기관 대비 경제적으로 배송이 가능하지만, 운반 물건이나 주변 온도, 압력, 주행하는 도로 상태 등에 따라 배터리 사용량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해결해야 했다”면서 “자체 설계한 사물인터넷(IoT) 장비를 차에 설치해 관련 데이터가 5초마다 수집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배송 경로를 안내하고 주변 충전 시설로 매칭하는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자체 보유 차량을 향후 50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50억원 규모의 국내 짐 운송 시장은 여러 업체가 난립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 뛰어든 것은 펀드매니저 출신 심 대표의 결단이었다.

그는 “당시 2000개가 넘는 기업을 분석하며 특히 자율주행, 이차전지, 전기차 빅데이터, 인터넷 부문을 중점 공부했었다”며 “전 세계 기준으로 물류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고 그 비중이 GDP 성장세를 따라간다는 점에서 타깃을 명확히 하고 시장을 세분화해 접근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

이어 “기존 운송사보다 운영 능력이나 영업이 부족할 순 있어도 전기차를 활용한 원가 절감이나 기술에선 차별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꾼이 운영하는 '돌돌' 서비스 앱 구동 화면.

심 대표의 고향인 전북 전주시에서 첫발을 뗀 꾼은 전주를 연구·개발(R&D)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연간 1000만 명이 방문하는 도시인 만큼 단위 면적당 방문자 수가 국내 1위라는 점이 작용했다.

심 대표는 “도심 배송을 하려면 교통 번잡도, 신호등, 전기차 충전소 등을 설정해 다양한 물류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야 하는데, 면적 대비 도시 기능 밀집도가 높은 전주는 초기에 적은 자본으로 이를 테스트하기에 적절한 도시다”라고 했다. 회사는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서울, 경기 지역에 진출해 이곳 짐 배송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꾼은 소비자 대상(B2C) 서비스 제공 대가로 배송비를 받는 것을 주 수익모델로 하고 있다. 위치, 짐 종류에 따라 전국구 기준 최대 5만 원, 도시 내 이동은 5000원을 각각 책정했다.

회사는 이 외에도 전기차 관제관리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전기차를 다수 보유한 법인, 공공기관, 버스, 택시, 운송사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판매하는 것까지 구상하고 있다. 전기차량 관리와 관제, 전기차량 오토리스(임대) 구매 대행까지 연계한다는 것이다.

심 대표는 다만 “창업 당시에만 해도 2025년이면 전기차 혁명이 이루어질 것으로 모두 기대했으나 전기차 판매 비중은 현재 15% 수준이며, 이것이 30%를 넘어 대중화되는 시기는 점점 지연되고 있다”면서 “거대한 기술적 흐름은 바꾸기 어려운 만큼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꾼은 장기적으로 ‘국내 최초 로봇 화물차 운영업체’로의 진화를 꿈꾸고 있다. 전기차량 보급이 더딘 상황에서 자율주행 기반의 로봇 화물차 운영은 먼 미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심 대표는 “이미 다수의 차량을 관제, 운영,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만큼 이 설루션을 활용한다면, 조건부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3(L3) 수준만으로도 로봇 화물차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부터 내년까지 중국과 미국에서 로보택시 업체들이 상장하거나 상용화된다면 로봇 화물차 시장도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