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와 안양도시공사가 경기도 안양 박달동에 추진 중인 ‘박달 지식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현재 이 부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22일 오후 안양 박달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간담회는 박달 지식첨단산업단지 개발 예정 부지에 공장, 물류센터 등을 운영 중인 기업을 초청해 새롭게 조성될 산업단지에 다시 입주할지 또는 보상을 받고 이전할지 등을 논의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노루페인트, 모트라스, CJ프레시원, 코카콜라음료, 하야트진로, 동아쏘시오홀딩스, 고려부품, 수석 등 입주 기업 20여 곳이 참석했다.

그래픽=손민균

◇안양시 1.4조 들여 첨단 산업단지 조성...이전 위기 놓인 기업들 반발

현재 안양시와 안양도시공사는 안양 박달동 623번지 일원에 박달 지식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면적은 31만㎡(약 9만3775평)로, 정보기술(IT) 등 첨단 산업 분야 기업이 입주하는 첨단산업단지와 공동주택 등이 들어선다. 사업비는 약 1조3800억원이다.

안양시와 안양도시공사는 내년 상반기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특수목적법인(PFV)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첨단산업단지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착공은 2029년으로 예상된다.

이날 간담회는 안양도시공사의 간담회 개최 목적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간담회 진행을 맡은 안양도시공사 측은 “현재 입주 기업의 의견을 반영해 박달 지식첨단산업단지 개발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기업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간담회에 참석한 입주 기업들은 “이미 사업 계획이 만들어졌고, 우리의 의견이 과연 반영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양시와 안양도시공사가 지난 2021년 이 산업단지 개발에 나섰는데, 당시에는 입주 기업의 의견을 물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개발 계획이 이미 세워졌고 수정의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안양시와 안양도시공사가 진짜 우리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반영하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노루페인트는 개발 예정인 산업단지 용지의 3분의 1에 달하는 땅을 보유하고 있어, 기업 이전과 관련 중심에 있는 기업이다.

노루페인트의 안양 박달 공장 이전은 2010년 이후 꾸준히 논의돼 왔다. 2014년 9월 노루페인트 공장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인 에폭시 누출 사고 이후 공장 이전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사고로 노루페인트 공장 주변 지역 주민 100여 명은 두통과 설사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받았고, 이에 안양시와 노루페인트 그리고 피해를 입은 주민 대표는 공장 이전 등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후 회의 결과 노루페인트는 문제가 됐던 생산시설을 약 3년에 걸쳐 단계별로 이전했다. 그러나 주민 대표는 안양 박달 공장의 완전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안양시의 첨단산업단지 조성에 맞춰 노루페인트 공장 이전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공장 등을 비워야 하고, 새로운 공장이 언제 완공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노동자는 해고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양시와 안양도시공사는 22일 경기도 안양 박달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박달 지식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입주 기업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박용선 기자

현재 입주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창구가 없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안양시와 안양도시공사가 입주 기업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려고 한다는데, 정작 소통하는 창구가 없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안양시가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업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한다는 모습을 외부에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안양도시공사 측은 “기업 의견 청취 창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전 보상액 아직 몰라…기업들 “사업 계획 구상 못 해”

기업 이전에 따른 보상액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또다른 기업 관계자는 “(산업단지 착공이) 앞으로 약 5년이 남았는데, 그 기간 동안 우리도 사업 계획을 구상해야 하는데 이전 등과 관련 보상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며 “공장 등을 이전했을 때 또는 산업단지 개발 사업을 위해 보유 토지를 안양시에 내놨을 때 보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고 싶다”고 말했다.

안양도시공사 측은 “보상 내용은 현재로선 답하기 어렵다”며 “개발 사업과 관련 민간사업자를 공모하고 산업단지 조성에 나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계획 변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지에 대한) 협의 매수가 최우선 고려 사안이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토지) 수용으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