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전남 해남에 개관 예정인 ‘해남126 오시아노 호텔’. /한국관광공사 제공

내달 문을 여는 정부 소유의 4성급 리조트호텔 ‘해남126 오시아노‘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5층 건물인 이 호텔 1~3층 객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다. 전체 120개 객실 중 절반 이상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스프링클러는 불이 나면 초기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소방시설이다. 현재 국내 4성급 이상 호텔 중 스프링클러가 층별로 부분 설치된 곳은 없다. 투숙객과 직원 안전을 위해 호텔 모든 층에 설치돼 있다.

스프링클러가 없어 투숙객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천 호텔 화재 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도 채 안 된 상황에서 또 다시 숙박시설에 대한 안전불감증 논란이 일고 있다.

◇5층 규모 4성급 호텔 ‘해남126′…스프링클러 없이 오픈 강행

16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 해남군 화원면 오시아노관광단지 내 위치한 연면적 약 9400㎡(약 2843평),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해남126 오시아노 호텔 1~3층에 스프링클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은 비용 문제 등으로 스프링클러 추가 설치 없이 11월 오픈할 예정이다.

이 호텔 지하 1층은 주차장과 직원 휴게실 및 락커 등이 들어서고, 1층에는 연회장, 식당 등 편의·부대시설이, 2층부터 5층까지는 객실로 운영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관광공사는 해남 지역 관광 개발 차원에서 해남126 오시아노 호텔 개발을 위해 약 400억원의 세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소방 스프링클러 없이 호텔이 운영될 것이란 게 알려지며 한국관광공사가 혈세로 국민 관광이 아닌 오히려 국민을 위험에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정서희

해남126 오시아노 호텔의 1~3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하얏트호텔그룹이 이 호텔 위탁 경영을 맡으면서 드러났다.

하얏트호텔은 글로벌 기준에 따라 추가 스프링클러 설치 없이 호텔 위탁 경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하얏트호텔은 지난해 7월 해남126 오시아노 호텔 운영사업자인 ㈜이지스와 호텔 위탁 경영 계약을 맺었다. 두 달 전인 5월 국내 IT 기업 이지스는 한국관광공사가 낸 이 호텔의 운영사업자(책임임차) 경쟁 입찰에서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후 이지스는 호텔을 운영할 수 있는 파트너로 하얏트호텔을 선정했다.

이후 하얏트호텔은 인테리어 등 추가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스프링클러가 호텔 4~5층에만 설치됐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하얏트호텔은 “호텔 투숙객은 물론 직원 안전을 위해 호텔 전층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국관광공사에 개선 협조를 요청했다.

호텔의 소방 설치 비용은 소유주인 한국관광공사가 지원해야 한다. 또한 한국관광공사와 이지스 간의 호텔 운영사업자(책임임차) 계약에 따르면, 임대인인 한국관광공사는 고객안전과 관련된 하자 개선에 협조해야 한다.

◇관광공사 “스프링클러 설치 못해”...건축법 개정 전 허가 받아

그러나 하얏트호텔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스프링클러 추가 설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한국관광공사가 2021년 이 호텔 건축 허가를 받았을 당시 6층 이상 숙박시설의 전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는 ‘소방시설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시행령’에 따랐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고, 현 상황에서 비용 문제 등으로 추가 설치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또한 관련 법률이 2022년 개정돼 숙박시설이 층수 상관없이 전체 면적 600㎡ 이상이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이 호텔은 2021년 건축 허가를 받아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강화된 법 규정의 취지에 맞도록 소방안전 전문기관 컨설팅, 소화물품 추가비치, 소방안전 교육 및 훈련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안전강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스는 하얏트호텔과 계약을 파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는 현재 다른 호텔 사업자와 손을 잡고 스프링클러가 4층과 5층에만 설치된 상태로 11월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관광 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한국관광공사는 국내 관광호텔의 등급을 심사하는 정부 부처 산하기관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관광개발에 있어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라며 “비용 등 경제적 문제를 고려해, 안전에 투자하려는 숙박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과 체계가 보다 현실적인 차원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