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그룹이 스테인리스 강판을 제조하는 대양금속(009190)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자격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적대적 M&A 나선 KH, 대양금속 최대주주 올라

그래픽=정서희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H그룹이 대양금속 인수를 위해 결성한 조합인 비비원조합은 지난 9월 24~ 25일 이틀에 걸쳐 대양금속 지분 6.45%를 매입하며 최대주주(17.87%)에 올랐다. 기존 최대주주는 지분 13.56%를 보유한 대양홀딩스컴퍼니였다.

KH그룹의 대양금속 적대적 M&A는 지난 7월 말 비비원조합이 대양금속 주식 5% 이상을 보유했다고 공시하며 시장에 알려졌다. 비비원조합은 이후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며 대양금속에 대한 적대적 M&A를 공식화했다.

대양금속 최대주주에 오른 KH그룹은 오는 10월 말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이사와 감사 신규 선임 등의 의안을 두고 대양홀딩스컴퍼니 측과 표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자격 논란…배상윤 회장 배임·횡령 혐의, 계열사 상폐 위기

하지만 시장에선 KH그룹의 인수 자격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우선 배상윤 회장 등 그룹 오너 리스크가 거론된다. KH그룹은 강원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담합과 배임,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 총책으로 지목된 배 회장은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H그룹은 2022년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강원도와 공모해 경쟁 입찰인 것처럼 외관을 꾸미고, 실제로는 단독 입찰을 따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 회장은 인수대금 4500억여원을 마련하면서 계열사가 전환사채를 발행해 입찰 자금을 지원하게 한 배임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배 회장은 6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대양금속 충남 예산 공장

KH건설·KH미래물산·장원테크·KH필룩스·IHQ 등 그룹 상장계열사 5곳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것도 자격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핵심 계열사 경영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업을 인수해 경영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KH건설·KH미래물산·장원테크 등 3개사는 코스닥시장본부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 의결로 상장폐지가 결정됐지만, 회사 측이 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정리매매 등 상폐 절차가 보류된 상태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KH필룩스와 IHQ 역시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이달말까지 개선 기간이 부여됐다.

외부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 사유는 계열사 간 자금거래, 담보제공 시 불투명한 내부거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불확실성 등으로 상장사가 갖춰야 할 내부 통제절차가 미비하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KH미래물산은 지난해 고위 임원이 횡령, 배임 혐의로 검찰 기소되기도 했다.

◇ 전문가들 “인수자 경영 능력, 도덕성 떨어져 시장 기대감 낮아”

컨설팅·M&A 전문가들은 KH그룹의 대양금속 인수 시너지보다 부정적인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KH그룹 계열사들의 부실전이 우려다. 지난해 KH건설은 영업손실 71억원을 기록했고, KH미래물산은 88억원, 장원테크는 27억원, KH필룩스는 111억원, IHQ는 1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 M&A 전문가는 “대양금속, 영풍제지는 원료 조달 등 금융 거래를 기반으로 사업을 한다”며 “KH그룹 감사인이 제기한 내부거래 불투명성이 계속 발생한다면, 대양금속과 계열사인 영풍제지(006740)도 부실전이가 우려되고 나아가 금융 거래 시 신용도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양금속 내부에서도 불안 요소가 제기되고 있다. 대양금속은 삼성전자(005930), LG전자 등을 주요 거래처로 두고 있다. 이 기업들이 거래 시 트렌드가 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보기 시작했고, 대양금속이 KH그룹에 매각된 후 오너 리스크를 제기하면 지배구조 문제로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KH그룹의 대양금속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양금속 주가는 30일 174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적대적 M&A가 시장에 알려진 7월 25일 1654원과 비교해 86원(5.1%) 오른 수준이다.

적대적 M&A의 경우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주식을 매입해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보통인데, 대양금속 M&A 소식 이후 주가는 2300원대까지 올랐다 다시 하락해 1700원대를 기록 중이다.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적대적 M&A에 나선 고려아연(010130) 주가가 지난 13일 55만6000원에서 29일 71만1000원으로 23.7%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인수자 경영 능력과 도덕성이 떨어져 시장 기대감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은 “기업이 핵심 계열사의 흑자전환을 위한 구조조정에 투자해야 하는 시기에 오히려 사업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회사 성장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새로운 회사 인수에 매달릴 게 아니라 기존 회사 주주와 직원들에 대한 대책 마련과 보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H그룹 관계자는 “우리의 대양금속 인수 의지는 분명하다”며 “인수 자산도 충분하고 대양금속 인수 후 그룹 기존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