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요 농기계 업체 중 한 곳인 TYM(002900)이 ‘매출 밀어내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감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금감원은 TYM의 2022년 매출이 과대계상 돼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로 넘어갔다. 증선위가 감리 결과를 토대로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TYM은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로 인해 2022년 7월부터 이에 맞춘 새로운 농기계를 팔아야 했다. 6월까지는 기존에 제조된 농기계(이전 단계 규제 적용)를 대리점에 판매할 수 있었다. 2022년 상반기, 특히 판매 시한인 6월에 집중적으로 TYM 매출이 늘었다. 규제 단계가 올라갈수록 저감 장치 등으로 통상 가격이 이전 대비 10%가량 올라가는 만큼 저렴한 농기계를 구비해 두려는 대리점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금감원은 이것이 대리점에 제품을 떠넘긴 ‘매출 밀어내기’라고 보고 있다. TYM은 2022년 대주회계법인, 2023년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각각 재무재표에 대한 감사 ‘적정’ 의견을 받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배출가스 규제 적용 시점에는 이전 단계 농기계에 대한 프로모션이 펼쳐져 매출이 더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며 “이는 농기계 산업의 특성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산업계에서 일률적인 정부 규제로 발목이 잡히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입점 업체에 대한 정산 주기를 단축해 법제화하는 방안, 판매자가 다수의 플랫폼으로 입점하는 멀티 호밍을 제한하는 것 등 일괄적 규제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이는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약진 속에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혁신벤처단체협의회’ 명의로 “이커머스 사업자에 대한 획일적 규제 논의는 유동성을 악화시키는 등 산업을 위축시키는 만큼 논의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해외 건설공사 등 일부 프로젝트에 대해서 총공사 예정 원가 과소 산정 등의 방법으로 회계 기준상 매출을 과대계상하고 손실(공사손실충당부채)은 과소계상 했다는 혐의를 받은 적이 있다.
금감원은 두산에너빌리티의 회계기준 위반 동기를 ‘고의’로 판단하고 제재 수위를 결정했으나 회사의 적극적인 소명이 받아들여진 끝에 증선위에선 한 단계 낮은 ‘중과실’을 인정받았다. 과도한 회계 감리로 국내 수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고려된 조치로 풀이된다.
증선위가 카카오모빌리티 ‘매출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 안건에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가 논의를 이어가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인식 관련해 두 곳의 대형 회계법인을 통해 ‘총액법 인식’에 문제가 없다’는 감사의견을 받은 바 있으나 제재 수위 통지 이후 회계기준을 기존 총액법에서 순액법으로 변경했다.
다수의 회계 전문가조차 새로운 산업에서 매출 인식에 대한 회계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으로 보고 있으나, 기업 회계기준에 대한 유권 해석 기관인 금감원 판단을 존중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당국은 잘잘못을 가려 필요 시 엄정하게 규제를 집행해야 한다”면서도 “정확한 문제 원인 분석과 규제로 인한 산업계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하며, 졸속으로 규제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