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세청이 캐디 대상으로 종합소득세를 내라고 안내 고지를 했어요. 150여명의 캐디 중 누군 안내를 받았고, 누군 받지 못했어요. 연락받은 사람도 누구는 내고, 누구는 내지 않았죠. 우왕좌왕했어요.”

경기도 소재 A 골프장에서 캐디를 관리하는 한 담당자는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도 별 조치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23일 업계를 종합해 보면 개인 사업자인 캐디가 여전히 ‘세금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으로 캐디피를 받는 업계 관행에다가 골프장의 캐디 소득 신고에 의존해 이들의 소득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2021년 11월부터 실시간 소득 파악 제도를 실시, 골프장 측에 매월 캐디의 소득 보고를 의무화했다. 캐디 소득 미신고 시 건당 20만원, 허위 신고 시 건당 10만원, 연간 최대 2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캐디 업계에선 “골프장이 어차피 미신고하거나 최저 임금으로 축소 신고해 준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주호영 의원(국민의힘)은 골프장이 2022년 신고한 금액은 캐디 3388명이 총 230억200만원을 번 것에 그쳤다고 질타했다. 캐디 1명당 연 680만원 정도 벌었다고 신고한 셈이다. 당시 전국 525곳의 골프장에 3만5000명가량의 캐디가 근무하고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 10분의 1 정도만 신고한 것이다.

소득 축소 신고 정황도 확인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자료를 기반으로 그린재킷(캐디피 카드 결제 시스템 스타트업)이 추산한 2023년 캐디 소득분석에 따르면, 캐디 1인당 평균 연봉은 약 55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골프장 내장객 5058만명이 평균 14만5000원의 캐디피(4시간 기준)를 부담했다고 했을 때 연간 전체 캐디피 규모가 2조950억원에 달하는데, 이를 전체 캐디 수(3만8000명, 2023년)로 나눈 수치다. 이는 실제 골프장 캐디 채용 공고에서 제시하고 있는 캐디 연봉 수준과도 유사하게 맞아떨어진다.

국세청이 캐디에게 보낸 종합소득세 신고·납부 안내 톡.

이를 의식한 듯 지난 5월 국세청은 2023년 사업장현황신고·골프장사업자 용역 자료 등을 기반으로 이메일과 문자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캐디 대상 종합소득세 납부 안내를 진행했다. 다만 일정 소득 이상 캐디에게만 공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세청 측은 기준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업계에선 여전히 캐디가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과세 의지가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너무 빡빡하게 과세했다가 캐디들이 들고 일어나면 어쩌냐는 우려까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캐디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프장 역시 소득 신고에 미온적인 분위기다. 전라, 제주 등 캐디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프장의 경우 면접 시 구두로 ‘월 최저임금으로 소득 신고를 약속하겠다’는 인센티브를 제시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루에 2라운드를 뛰는 캐디를 1라운드로 축소 신고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장은 1년에 70명의 캐디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비용(18홀 기준)으로 연간 2억원가량을 투입하는데, 이를 통해 골프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연 2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서 “현재 전국 560곳의 골프장에 캐디 공급은 약 1만명이 부족한 상황이고, 정부가 골프장을 700개까지 허가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런 캐디 공급난과 골프장의 눈치 보기는 심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확한 과세를 위해선 10만원이 넘는 캐디피에 대한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도 골프장 프론트에서 캐디피 확인증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알고 신청하는 고객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소매, 숙박, 음식업 등 연 소득 2400만원 이상의 개인사업자에게 현금영수증 가맹점 가입을 의무화하고, 10만원 이상에 대해선 소비자가 요구하지 않아도 무조건 발급하도록 한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에서 비사업자인 캐디에게도 신용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허용한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유인책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