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즐링은 어린이 전용 재능 챌린지 숏폼(Short-form, 길이가 짧은 형태의 콘텐츠)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이혜림 대표(39)가 2022년 11월 창업했다. 엔젤투자자로 활동하던 이 대표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같은 기존 해외 숏폼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노출되는 것을 확인하고 알파세대 전용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태어난 순간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요즘 아이들을 일러 ‘호모 스마트포니쿠스’라고 부른다. 특히 이들 사이에선 동영상·사진(이미지)을 앞세운 숏폼을 즐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선정적 콘텐츠 등 노출의 우려도 그만큼 커진 상황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6월 국내 ‘10대 이하’(0∼만 19세) 스마트폰 이용자의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 사용은 9411만 시간으로 SNS 중 가장 길었다. 2위인 카카오톡(4821만시간)의 약 2배로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9078만 시간)보다 3.7% 증가했다. 전체 앱을 기준으로 보면 10대 이하의 인스타그램 사용시간은 유튜브(2억7787만시간) 다음인 2위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유튜브에 올라온 ‘술방(술 먹는 방송)’ 영상 중 조회 수 상위 100개를 모니터링했더니 99개에서 폭음·욕설 등 문제 장면을 발견했다. 최근 남녀 유튜버들이 술을 마시며 저급한 성적 대화를 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이 중 청소년 연령 제한을 설정한 영상은 하나도 없었다. 실제 술방이 진행될 때 채팅창에 자신을 ‘초등학생’이라고 소개한 채팅이 올라온 경우도 있었다. 어린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가 커지자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선 청소년 SNS 사용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내년부터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를 금지키로 했으며, 유타주는 18세 미만 아동이 SNS를 이용할 때 부모 허락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호주 정치권은 16세 미만 아동의 SNS 접속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숏폼에서 어린이가 자살, 자해, 음란물 등과 연계된 유해 콘텐츠를 보지 못하게 하는 행정강화 지침을 지난 5월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올해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1000만유로(약 144억원)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틱톡이 미성년자들을 유해 콘텐츠로부터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청소년의 SNS 중독을 차단하기 위한 법안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키즐링은 이러한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고 알파세대(2010~2024년 출생자)들이 친구들과 일상, 재능 영상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인기 있는 댄스 챌린지부터 내가 좋아하는 취미 소개, 가족과 여행, 먹방 등 다양한 챌린지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키즈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를 통해 키즐링은 국내 아동 및 부모 약 1000만 명을 락인(가두기, Lock-In) 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위해 유명 키즈 크레에이터를 모은 키즐러 1위도 선발했다. ‘나는 2학년 차노을, 차미반의 친구’라는 가사로 알려진 곡 ‘해피(HAPPY)’로 조회수 2000만 회(인스타그램 릴스)를 기록한 9살 초등 래퍼 차노을군과 초등학생들의 인기곡인 ‘마라탕후루’를 작사하고 작곡에도 참여한 12살 초등학생 서이브양 등이 키즐러로 활동 중이다.

키즐링은 올해 캠퍼스타운 기업성장센터 입주기업에 선정됐다. 캠퍼스타운 사업은 서울시가 대학, 자치구와 협력해 예비 창업가들에게 창업 공간을 제공하고, 전문가 멘토링, 투자유치 특강 등 창업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캠퍼스타운 기업성장센터는 캠퍼스타운 출신 기업 중 성장기에 접어든 창업기업이 유니콘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이 회사는 한국과학정보연구원 패밀리기업에 선정돼 생성형 AI(인공지능) 기반 유해 영상 필터링 시스템 작업에 대한 기술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전세계 어린이 수는 약 22억명으로 향후 알파세대가 많은 인도,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또한 아이들의 재능을 전문가들이 비대면으로 멘토링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에듀테인먼트 전문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