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드라마 ‘무빙’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디즈니+는 오는 28일까지 연간 구독료를 약 40% 할인해 주는 파격 프로모션에 나섰다. 줄줄이 가격 인상 행렬에 나선 다른 OTT와는 반대 행보다.
2021년 11월 한국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넷플릭스 대항마’로 주목받았던 디즈니+가 출범 3주년을 맞아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디즈니+에 따르면 이 회사는 현재 연 9만9000원인 구독료를 5만95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대대적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달 기준으로 환산하면 5000원이 채 안 되는 꼴이다. 신규 가입 고객 및 현재 유효 멤버십이 없는 기존 구독자가 대상이다.
이런 가격 승부수는 무빙 인기 때 대대적으로 연간 구독권을 5만8900원에 판매하며 사용자 수를 크게 끌어올렸던 것과 같은 전략이다.
다만 이번 할인은 떠나가는 구독자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디즈니+의 월 활성 사용자 수(MAU)는 285만명으로 2023년 9월(433만명)과 비교해 약 150만명이 줄어든 상태다. 업계 1위 넷플릭스(1121만명)는 물론, 티빙(783만명), 쿠팡플레이(685만명), 웨이브(441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표다.
지난해 하반기 ‘무빙’으로 단숨에 경쟁자들을 추격했던 디즈니+는 올해도 ‘킬러들의 쇼핑몰(2024년 1월 공개)’, ‘지배종(2024년 4월)’, ‘삼식이 삼촌(2024년 5월)’, ‘폭군(2024년 8월)’ 등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를 줄줄이 선보였으나 떠나가는 사용자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최근 공개한 코미디 드라마 ‘강매강(2024년 9월)’ 역시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디즈니+는 가격 승부수와 함께 장르물을 내세워 콘텐츠를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무빙 작가 강풀과 다시 손잡고 만드는 ‘조명가게’를 비롯해 강남 이면의 사건을 쫓는 추격 범죄 드라마 ‘강남 비-사이드’도 하반기 국내외 시청자들을 공략할 예정이다.
내년 공개작들은 캐스팅에서도 이런 디즈니+의 의지를 보여준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무대로 통쾌한 빌런(악당) 사냥에 나서는 ‘트리거’에는 배우 김혜수가, 두 천재 의사의 스릴러를 담은 ‘하이퍼나이프’에는 배우 박은빈, 설경구가 사제지간으로 각각 나서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김다미와 손석구가 만나는 ‘나인 퍼즐’, 김수현, 조보아의 ‘넉오프’, 전지현, 강동원의 ‘북극성’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의 ‘파인’, 현빈과 정우성이 만난 ‘메이드 인 코리아’가 모두 내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오리지널 콘텐츠로 사용자를 끌어모으던 넷플릭스식의 성공 방정식만으론 판을 뒤엎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요즘 OTT는 쿠팡플레이나 CJ ENM(035760) 티빙처럼 스포츠 중계를 번들링(묶음 판매)해 원스톱으로 다양한 콘텐츠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복수의 OTT가 합종연횡을 거쳐 번들링으로 넘어가는 것은 미국 등 글로벌에서도 통용되는 추세다. 질 좋은 오리지널만 내놓아선 다른 OTT 사용자를 뺏어오기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