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0마리 중 7마리는 슬개골 탈구나 치주 질환 같은 진행성 질환을 앓는다. 이 가운데 슬개골 탈구는 지난 한 해 보험급 지급액이 88억원에 이를 정도로 펫보험 판매 보험사의 손해율을 올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2021년 설립된 십일리터는 집에서도 별도 디바이스(기기) 없이 스마트폰 사진만으로 반려동물의 진행성 질환 여부, 진행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설루션 ‘라이펫’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1분기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라이펫에 등록된 반려동물 수는 4만마리, 검사 건수는 7만건이다.

별도 기기 없이 스마트폰 사진 1장으로 슬개골 탈구 정도를 판별하는 라이펫 서비스. /십일리터 제공

김광현(28) 대표는 “진단 키트나 강아지 목에 거는 웨어러블(입는) 기기 위주로 반려동물 진단 서비스가 발전해 왔으나 우리나라 동물병원이 접근성도 좋기 때문에 상호보완할 수 있도록 간편한 소프트웨어 기반의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라이펫은 동물병원에서 확보한 2만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이 뒷다리 사진 1장을 통해 탈구 진행 정도를 분류한다. 털 등으로 정확한 측정이 어려울 경우엔 슬개골 탈구를 가늠할 수 있는 Q각 측정하는 기술, 연령·품종을 가중 합산한다. 민감도, 특이도가 모두 97% 이상일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 현재 펫보험 인수 심사에 활용되고 있다. 슬개골 탈구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로서 국내 1호 동물용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슬개골 탈구, 치주 질환(치은염·치주염) 판별에 집중하다 올 1월 반려동물 상면(위쪽 겉면) 사진 기반 비만도 분석 서비스도 상용화했다. 연내 백내장 판별 서비스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강아지의 뿌옇게 흐려진 눈이 시력을 잃게 하는 백내장일 수도 있지만, 시력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노화로 인한 핵경화증일 수도 있다”면서 “혼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보호자가 이를 구별하기 어렵지만 AI가 이를 판별할 수 있다”고 했다. 회사는 내년부턴 아토피 등 피부 질환 등으로까지 대상 질병을 확대해 더 많은 사용자와 반려동물을 유입시킨다는 목표다.

김광현 십일리터 대표는 반려동물 홈케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주요 서비스인 AI 건강 분석은 무료로 제공하되, 반려동물의 각종 질환을 집에서 예방하거나 더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300종의 영양제, 보조제, 사료, 용품 등을 판매해 수익을 낸다. 위탁 판매가 아닌 전량 직매입으로 최소 30%의 마진을 올린다.

월 구독 서비스인 멤버십 혜택에 포함돼 있는 펫보험도 운영한다. 보장 범위, 보상 비율에 따라 1만원 초반대에서 최대 30만원 중후반대까지 6가지 선택지를 제공한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DB손해보험 펫보험에 가입되는 구조다.

김 대표는 “11월부터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취급하는 독립 대리점(GA)을 통해 라이펫 보험을 직접 판매할 계획”이라고 했다. AI 검사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금융사 등 기업간거래(B2B)로 판매하고 있다.

이런 수익모델을 통해 지난해 1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십일리터는 올해 상반기 이미 매출 2억원을 돌파하며 작년 성과를 뛰어넘은 상태다. 올해 전체 매출은 8억원이 목표다.

사업 초기인 2022~2023년 총 3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올 3분기 중 7억원의 프리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라이펫의 핵심 기술을 AI 건강 분석인데, 내수 시장만으론 작기 때문에 지난 8월부터 영문 버전을 테스트하고 있다”면서 “원격 의료가 합법인 미국에선 화상 수의사가 상담으로 건당 수익을 올리고 있다. 우리 서비스를 가지고 미국에서 중장기적으로 유료화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이펫’은 반려동물이 아플 때 바로 켤 수 있는 서비스가 되려고 한다”면서 “반려동물의 나이가 들수록 집에서 관리할 질병이 많아지는 만큼 이런 홈케어 시장을 통합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