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층에서 숏폼(짧은 동영상) 소비가 늘자 이들을 겨냥한 커머스(전자상거래), 드라마 등 부대사업을 벌이는 회사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과거 샌드박스네트워크나 다이아TV 같은 유튜브 기획사들이 소속 유튜버의 광고 수익에 의존적 사업을 벌이며 적자를 이어갔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메조미디어의 최근 리포트를 보면 10대는 하루 평균 124분, 20대는 127분의 동영상을 보는데, 이 중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숏폼을 보는 데 각각 64분, 55분으로 사용 시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업계를 종합해 보면, 최근 레뷰코퍼레이션(443250)은 숏폼 마케팅사 숏뜨의 지분 54%를 81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주로 네이버(NAVER(035420)) 블로거를 내세우던 레뷰코퍼레이션이 숏폼 특화 인플루언서(온라인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를 대거 확보해 관련 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을 벌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소'라는 크리에이터가 순샵에서 제공하는 판매 클렌징 제품을 활용해 분장을 지우고 있다. /순샵 캡처

숏폼 커머스 시장은 숏뜨를 비롯해 윗유, 순이엔티 등 초기 사업자들이 소속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기업 광고 등을 넘어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발을 뻗치고 있는 사업이다.

유튜브가 콘텐츠와 연계한 쇼핑 기능을 키우고, 틱톡 영상을 보면서 구매할 수 있는 ‘틱톡샵’이 세계적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등 숏폼 플랫폼의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순이엔티의 경우 지난 5월 20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자체 숏폼 쇼핑 플랫폼 ‘순샵’을 론칭하고, 인플루언서와 브랜드를 일대일 매칭해 리뷰형 콘텐츠와 커머스를 연계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분장 콘텐츠를 주로 선보이는 ‘미소’라는 인플루언서가 클렌징 브랜드 제품 사용 영상을 선보여 성능을 보여주고 제품까지 판매하는 식이다. 순샵은 8월까지 석 달 동안 누적 50만 명의 이용자들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개그맨 출신 오종철 대표가 이끌고 있는 ‘안목고수’라는 인플루언서 커뮤니티 회사도 ‘후추’라는 숏폼 리뷰 기반 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 베타(시험) 버전을 내놓으며 도전장을 던졌다.

글로벌 오디오 플랫폼 ‘스푼’ 운영사 스푼라디오는 지난 9일 회사명을 아예 ‘스푼랩스’로 바꾸고 숏폼 드라마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스푼라디오는 지난 7월 K-드라마 숏폼 콘텐츠를 앞세워 해외를 타깃으로 한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를 론칭했는데, 사명에 들어가 있는 라디오를 넘어 오디오·비디오 시장까지도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양규석 케이에스앤픽(엔터테크) 대표는 “최근 인플루언서에 열광하고 숏폼 드라마에서도 스타를 만들어 나가는 시대”라면서 “공급자 관점에서도 적은 제작비와 짧은 제작 기간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비롯한 숏폼 시장은 제2의 웹툰처럼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간 대비 성능(시성비)이 주목받으면서 숏폼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독일 시장조사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400억 달러(약 54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글로벌 숏폼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60%씩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콘텐츠와 제품의 신뢰성을 끌어올려야 주력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좋은 브랜드 제품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하지 않아도 기존 텍스트(글)·이미지 중심 플랫폼에서 이미 잘 팔리고 있다”면서 “현재 숏폼 마케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 혁신 제품 위주로 소개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 신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검증받는지 여부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