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종합 감사를 통해 산하 공공기관인 공영홈쇼핑에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추석 기간 판매한 1등급 한우 불고기 제품에서 젖소(유우·乳牛) DNA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이를 납품한 협력업체인 뉴월드통상에 대해서도 계약 해지와 자격 제한을 검토하라고 했다. 뉴월드통상은 이번 감사에서 공영홈쇼핑 품질 담당 직원을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공영홈쇼핑 측은 이른바 ‘젖소 불고기’ 논란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불거지면서 그해 10월 19일 뉴월드통상을 사기죄 및 원산지 표시 위반 관련 고발한 상태다.

다만 감사 결과 통보 이후에도 뉴월드통상과의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형식적 고발 조치만 진행했을 뿐, 관계를 정리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품질 논란’ 보란 듯이… 판매 상위 품목 10개 중 3개 싹쓸이

2016년 설립된 뉴월드통상은 2021년부터 공영홈쇼핑에 입점해 신선식품 가운데서도 다양한 육류 제품을 납품해 왔다. 9월 3일 현재 기준 공영홈쇼핑 홈페이지 전체 카테고리 판매 순위 상위 10개 가운데서도 ‘LA갈비(2위)’, ‘갈비탕(7위·9위)’ 제품이 뉴월드통상이 생산, 공급한 것일 만큼 건재함을 과시한다.

공영홈쇼핑 상위에 올라가 있는 뉴월드통상 생산 갈비 사진. /공영홈쇼핑 캡처

공영홈쇼핑이 품질 논란에도 이처럼 거래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 중에서 홈쇼핑에 신속하게 댈 만한 물량·가격을 맞출 수 있는 곳이 손에 꼽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고기 제품의 경우 1시간에 3억~5억원 수준이 팔리기도 하는데 중소기업 요건을 충족하면서 적정 가격에 대량으로 물건을 댈 수 있는 생산 여건이 가능한 곳이 국내에 몇 안 되기 때문에 편성이 집중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육류 판매가 대목인 추석 시즌인데다 당장 계약을 해지할 경우 이를 대체할 기업을 찾는 과정에서 수개월 매출이 빠지는 등 피해를 볼 수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15년 중기부 산하로 설립된 공영홈쇼핑은 100% 중소기업 제품만으로 방송을 편성해야 한다.

홈쇼핑 입점 직전인 2020년 344억원대였던 뉴월드통상 매출은 지난해 기준 855억원으로 3년 만에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5억원에서 107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양측의 인연은 공영홈쇼핑 설립 초창기인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월드통상의 가족관계 회사인 제이디코리아인터내셔날이 이때부터 유사 육류 제품을 공영홈쇼핑에 납품하며 거래를 튼 것이다.

특정 업체로의 편성 집중 논란이 지속되자 2021년부터 뉴월드통상이 본격적으로 입점해 제이디 측과 나눠 먹는 구조로 육류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준 제이디코리아인터내셔날의 매출 역시 312억원으로 2020년(8억원)보다 40배 가까이 늘었고, 영업이익도 1억5400만원에서 27억원대로 급증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두 회사 매출을 합치면 1167억원(2023년 기준) 규모다.

◇ 기존 협력사 위생 점검은 관행적으로 ‘패싱’… 폭행도 무마

시잔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는 조성호 공영홈쇼핑 대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뉴스1

이번 중기부 감사 보고서에는 뉴월드통상 김 모 대표가 2022년 7월 신규 상품(한우갈비찜)을 위한 사전 위생 점검을 나온 공영쇼핑 품질관리팀 직원 A씨를 폭행, 욕설한 사실도 담겨 있다. A씨가 당시 문제가 됐던 갈비탕 민원에 대해 거론하자 욕설하며 A씨 어깨를 밀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민원은 TV 홈쇼핑을 통해 보여지는 방송 샘플과 달리 실제 배송 상품에 들어간 갈빗대 수가 현저히 적어 고객 불만이 쏟아졌던 사항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당한 현장 위생 점검 중 발생한 폭행 사건인데도 공영홈쇼핑 측은 ‘표준거래기본계약서’ 제9조 위반에 따라 계약 해지 등을 검토하지 않았다. 또 김 대표 측에 공식적인 사과 요구만 하고 사건을 무마한 사실이 확인됐다. 폭행 사건으로 현장 실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품질관리팀은 그간 관행처럼 해왔듯 기존 협력사에 대한 위생 점검을 생략한 채 신규 상품을 등록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 협력사 ‘봐주기’ ‘덮기’ 계속되는데, 중기부는 방관

공영홈쇼핑에서 상품 계약 등 협력업체를 운영·관리하는 축산팀, 품질관리팀 등의 직원이 수차례 교체됐으나 뉴월드통상 관련 유사 품질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현재 공영홈쇼핑을 이끌고 있는 조성호 대표는 이달 3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임 대표 추대를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도 아직이어서 당분간은 대표 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대표 대행이 대형 협력사 계약 해지와 이로 인한 매출 타격 등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가 내부에서 나온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사안인 점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수선한 시기에 중기부가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내부적으론 책임질 사람도, 감당할 사람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를 강도 높게 통제하지 못하고 방관하는 중기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공영홈쇼핑은 국감 때마다 특정 업체 편성 몰아주기로 질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의 공적 판로를 지원하는 공영홈쇼핑이 매출이 큰 편성 상위업체 방송만 집중한다는 지적이다. 중기부는 고강도 감사 등을 약속하지만, 도돌이표처럼 논란이 반복돼 사실상 공영홈쇼핑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2년 국감 때도 입점업체(당시 3880개)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36.8%는 방송 기회를 단 1번밖에 얻지 못한 반면 일부 업체는 1000회 이상 편성되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식품군 방송 횟수 상위업체 10곳 중 8개사는 매출 100억원 이상이었고, 이들은 평균 466회 방송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