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SBA) 대표.

영화 괴물, 해운대, 신세계...이들의 공통점은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VC·Venture Capital)인 보스톤창업투자가 투자해 소위 ‘대박’을 낸 콘텐츠다. 이들 영화 관객수를 합하면 약 2700만명에 이른다.

보스톤창업투자는 금융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SBA) 대표가 2004년 설립했다.

콘텐츠는 VC 입장에선 까다로운 투자처로 여겨진다. 신인 아이돌을 키워 스타로 만드는 것처럼 성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는 영화 등에 투자해 성과를 내는 VC를 찾기 어려운 시기였다. 그러나 보스톤창업투자는 국내 굴지의 영화 콘텐츠에 초기 투자해 성과를 냈다.

영화 뿐만 아니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 셀트리온(068270) 등 IT· 바이오 기업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러한 노하우를 담아 최근 저서 <스티브 잡스도 몰랐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출간한 김현우 SBA 대표를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사에서 만났다. SBA는 서울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성장 정책을 실행하는 기관이다.

그는 “감성 시대 속 문화, 콘텐츠가 산업, 도시 나아가 국가 경제 성장을 주도한다”는 지론을 바탕으로 지난 2021년 말부터 SBA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인플루언서 박람회 ‘2023 서울콘(2023 SeoulCON)’을 기획, 개최했다. 작년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1일까지 사흘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콘에는 58개국 3161팀의 유명 인플루언서를 포함해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K팝 팬 등 총 10만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1월 1일 ‘서울의 새해 카운트다운’은 물론 한국의 음악, 뷰티, 패션 등 K콘텐츠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즐겼다.

이들이 양산한 온라인 콘텐츠는 무려 4억3000만 뷰를 달성했다. 서울콘 개최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1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다룬 책을 냈다. 왜 문화, 콘텐츠가 중요한가.

“세계가 지식정보 사회를 거쳐 고도의 테크와 감성이 결합한 ‘하이터치 사회’ 또는 ‘감성 시대’로 가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감성이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한국의 아이돌 BTS,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 산업이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가 한국의 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경우는 없었다.

K팝과 드라마가 관심의 시발점이 됐고, 이제 서울이 음악, 뷰티, 패션, 음식 등 세계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는 온라인 확장성 강력하고 한국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비더비’에서 열린 권오상 초대전. 권오상 작가가 선글라스·안경테 제작 업체 ‘프로젝트 프로덕트’와 컬래버해 만든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다.

― SBA가 문화, 콘텐츠를 강조한 공간이 있다면.

“DDP에 위치한 ‘비더비(B the B)’다. 2022년 9월 기획한 1220㎡(약 370평) 규모의 체험형 복합문화공간인데, 중소기업 제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물론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우선 이곳을 아트 컬래버 공간으로 조성했다. 사진을 3차원으로 조각해 표현하는 ‘사진 조각’으로 유명한 권오상 작가에게 서울 우수 중소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서울의 다양한 사물, 풍경 사진을 결합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했고, 이 작품들을 전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제품 판매로 이어졌다.”

비더비는 개관 이후 현재까지 관람객 130만명이 방문하는 등 서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계절별로 전시, 판매 제품이 바뀐다.

현재는 다양한 뷰티테크 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고객이 이 기기들을 사용해 자신의 퍼스널 컬러·피부 상태 등을 분석하고, 맞춤형 뷰티 제품을 추천받아 구매할 수 있다.

세계 최초 인플루언서 박람회 ‘2023 서울콘’.

―올해 두번째 서울콘이 열릴 예정이다. 작년과 달라지는 것은?

“2024 서울콘을 오는 12월 28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5일간 열 계획이다. 지난해 서울콘을 돌아보면 비즈니스 매칭을 못 한 부분이 아쉬웠다.

미국, 일본, 인도 등 전 세계 인플루언서가 한국에 오면, 이들과 SNS 마케팅 등을 원하는 한국 기업의 매칭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이 진출한 나라 또는 진출하고자 하는 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인플루언서를 모델 등으로 쓴다면 큰 광고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콘이 10~20대만을 위한 행사라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 젊은이들은 미래 주요 소비층이다. 일본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가장 잘 팔린다고 하는데, 주요 고객이 10대, 20대라고 한다. 이들은 현재의 주요 소비자이기도 하고, 미래 주요 소비자이기도 하다.

서울 나아가 한국의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선 미래를 보고 40대, 50대가 아닌 10대, 20대를 공략해야 한다.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무기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확장성이 그 무엇보다 강한 K콘텐츠가 제격이다.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 한국 기업이 만든 제품의 가치도 올라간다.”

―최근 서울이 창업하기 좋은 도시 9위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순위인데.

스타트업의 혁신과 성장이 없다면 도시, 국가가 성장할 수 없다. 전 세계 국가가 스타트업 육성에 열을 올리는 배경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스타트업의)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곳은 미국 실리콘밸리이고,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반면 일본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스타트업의 혁신이 비교적 활발하지 못했고,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이 떨어졌다. 서울이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주목받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 서울을 더욱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서울은 글로벌 창업 생태계 평가기관인 스타트업 지놈이 올해 전 세계 300개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창업하기 좋은 도시’를 조사한 결과, 9위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순위로, 1위는 미국 실리콘밸리, 공동 2위는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공동 4위는 미국 LA와 이스라엘 텔아비브였다. 10위 내 아시아권 도시는 서울을 포함해 4곳으로 싱가포르(7위), 베이징(8위), 일본 도쿄(10위) 등이었다.

― 서울에서 더 많은 유니콘을 키워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트업 육성 전략은?

”첫 번째 스타트업 육성 전략은 글로벌화 즉, 해외 진출이다. 현재 SBA는 스타트업, 중소기업의 해외 판매 강화를 위해 아마존 등 글로벌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통한 판매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SBA는 해외가 아닌 국내 유통 플랫폼 판매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스타트업이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베트남 등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현지 정부, 기관과 협력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스타트업에 일할 공간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경영 컨설팅도 하고 있다. 기술 상용화 지원, 대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함께 개발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매칭, 서울 공공기관이 스타트업의 상품·서비스를 먼저 사용하는 테스트베드 프로그램, 벤처펀드 조성 등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