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를 주도하는 하이브·JYP·SM·YG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 ‘빅4’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K팝의 글로벌화를 이끈 하이브의 보이그룹 ‘BTS’. /하이브 제공

13일 엔터업계에 따르면 하이브(352820)는 올해 2분기(4~6월) 매출 6405억원으로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5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다.

같은 기간 SM엔터테인먼트도 매출이 2539억원으로 약 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47억원으로 31% 감소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2분기 매출은 900억원으로 43% 줄었고,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289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적자전환했다.

이날 오후 실적을 발표하는 JYP엔터테인먼트도 다른 빅3와 비슷한 상황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JYP는 2분기 매출 925억원, 영업이익 216억원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9%, 영업이익은 53% 줄어든 수치다.

그래픽=정서희

이들의 수익성 악화 배경에는 회사를 대표하는 핵심 아티스트의 활동 부재에 있다.

하이브의 성장을 이끈 BTS는 2022년 시작된 멤버들의 군 입대로 내년 본격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BTS 멤버 슈가의 ‘전동스쿠터 음주운전’ 혐의와 뉴진스를 키운 계열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의 내부 갈등은 BTS의 컴백은 물론 새로운 아티스트 육성 측면에서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YG 역시 K팝 글로벌화를 이끈 블랙핑크가 내년 컴백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핑크는 지난해 12월 YG와 개인 활동을 제외한 그룹 활동에 대해서만 전속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블랙핑크는 지난해 9월 월드투어 서울 피날레 공연 이후 올해 8월 데뷔 8주년 행사를 진행한 후 이렇다 할 그룹 활동을 하지 않았다.

엔터업계에서 ‘YG가 다른 빅3와 견줄만한 수준의 실적을 내려면 블랙핑크 완전체 활동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YG의 블랙핑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신인 아티스트 활동에 대한 투자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빅4 엔터 수익성 악화의 또 다른 배경이다.

기존 핵심 아티스트를 대체할 새 얼굴을 발굴하고 해외 마케팅 등을 펼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이전보다 높다는 것이다.

엔터사들이 과거 아티스트들의 국내 활동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아티스트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YG의 걸그룹 '블랙핑크'. /뉴스1

SM은 이달 내 영국 보이그룹 ‘디어 앨리스(DEAR ALICE)’의 영국 현지 데뷔를 준비 중이고, NCT 드림은 연내 새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북미·남미·유럽 등 월드 투어에 나선다. K팝의 글로벌 확장 전략은 하이브, YG 등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국내 ‘빅4’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한국 엔터 산업 위기론도 대두되고 있다. 몇몇 아티스트가 회사의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 엔터 산업의 글로벌화가 현 상황에서 멈출 수 있다는 우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BTS, 블랙핑크가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K팝의 글로벌화를 이끌었다”며 “빅4 엔터사들이 새 아티스트를 육성, 해외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두 아티스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해 해외 시장에 계속해서 진출하고 있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측면”이라며 “K팝이 이제는 특정 층이 아닌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과정으로, 현 시점이 K팝의 성장 또는 정체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